IT서비스 합작법인 세운다는 계약만 체결한 수준…3분기경 설립 전망
SK C&C-SK㈜ 합병과 발맞출 듯…최태원 회장 복귀가 영향 줄수도
고객·인력 확보에 시간 필요한 사업…본궤도 오르려면 2~3년 걸려
-
[07월09일 10:4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 이미지 크게보기
- 지난 3월 SK C&C는 홍하이그룹과 IT서비스 관련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박정호 SK C&C 사장(오른쪽)과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의 모습.
2014년 6월, SK그룹은 대만 훙하이(鴻海)그룹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훙하이는 정보통신기술(ICT)로의 사업확장, SK는 중국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게 당시 SK의 공식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두 그룹간의 제휴관계 성과는 걸음마 단계다. 지난 3월 IT 서비스사업과 관련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수준이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SK와 훙하이의 제휴 시너지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보유한 SK C&C 지분 4.9%를 훙하이에 매각했다. 최 회장의 주식 담보대출 상환이 거래의 직접적인 목적이었다. 시장에선 이를 계기로 SK와 훙하이와 제휴를 맺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훙하이는 애플 아이폰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유명한 폭스콘(Foxconn)의 모기업으로, 매년 150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SK는 훙하이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ICT 관련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기대감을 엿보였다. 제휴관계를 맺은 지 9개월이 지나서야 소기의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3월, SK C&C는 훙하이와 IT서비스사업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계약(Agreement)을 체결했다.
SK C&C는 ICT를 활용해 훙하이 중국공장의 지능화를 추진하는 ‘스마트 팩토리’사업 등을 추진할 것이란 계획을 내놨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제조업에서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다만 합작조건이나 사업방식, 목표 실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 C&C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쯤 합작법인이 설립될 것으로 본다”며 “이때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훙하이는 ICT를 활용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SK그룹과 손을 잡았다. 1년여의 시간이 흘렀으나 합작법인은 아직 출범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합작사업은 해당 법인이 설립돼야 시작된다는 걸 고려하면, 현 단계에선 어떤 사업을 펼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재계와 관련업계에선 최태원 회장의 부재 장기화가 합작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기업과의 합작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고결정권자인 오너의 판단은 절대적이다. 훙하이 입장에선 최 회장의 복귀 여부에 따라 합작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SK와 훙하이 모두 합작을 통해 신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진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단계”라며 “합작법인을 세울 때까지는 훙하이가 먼저 나서서 SK C&C와 무엇인가를 하기도 애매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합작사업이 SK C&C와 SK㈜의 합병 일정에 맞춰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오는 8월1일 마무리된다. SK그룹은 최근 지속적으로 ‘기업가치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합작사업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릴만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최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 합작사업을 지휘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합작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사업을 이끄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라며 “(SK그룹이) 최 회장의 복귀와 합작법인 설립시점을 함께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밝혔다.
IT서비스에 대한 시장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시장규모 자체가 작지 않아 일정부문의 수익은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IT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매년 IT서비스와 관련해 3000억~5000억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연매출의 1.5~3.0% 수준이다. SK C&C가 홍하이의 모든 IT서비스를 전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홍하이가 매년 150조원가량의 매출을 내는 걸 고려하면 향후 합작법인의 매출규모가 작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다만 SI사업 자체의 특성상 단기간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게 변수다.
국내시장만 보더라도, 주요 대기업들은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로 자회사에 SI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훙하이가 중국 시장진입을 열어주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주겠지만, 고객 확보 및 다각화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것도 문제다. 현지에서 사람을 채용해 배치하는 일이 필수적인데, 그 과정이 단기간 내에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I사업은 고객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으론 인력 운용을 잘해야 한다”며 “둘 다 시간이 걸리는 일인만큼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