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삼성 지주회사' 역할
합병 이뤄낸 측근 임원들로
'세대 교체' 가능성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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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논란을 겪은 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탄생할‘통합 삼성물산’은‘이재용 시대’의 초석이 될 예정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삼성 지주회사’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 대부분을 확보하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은 기존 삼성물산이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 4.06%를 직접 보유한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부회장→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통합 삼성물산으로 대표되는 이재용 시대의 하드웨어는 이전보다 지분구조가 단단해질 전망이다. 고(故) 이병철 회장 시절 삼성그룹은 후진적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졌다. 뒤이은 이건희 회장 시대의 삼성그룹은 순환출자·제일모직의 보험지주회사 전환 위험·삼성물산의 낮은 지분율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삼성전자 등 지배구조상 핵심 회사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항상 한자릿수였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본인 16%, 특수관계인 합계 38%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다. 제일모직의 보험지주회사 전환 위험도 걷어냈다. 보완할 점은 삼성생명→삼성전자 고리가 제도 변화에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과, 남은 순환출자를 마저 정리해야 한다는 점 정도다.
차세대 그룹 리더의 반석을 다진 이번 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할 이들로 채워질‘세대교체’가능성이다. 기존에 가신으로 꼽히던 역전의 명장들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임원들이 최전선에서 이번 합병을 이뤄낸 까닭이다.
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로는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09년 부사장 직책으로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을 때 당시 최지성 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윤주화 사장은 경영지원실장(최고재무책임자)을 맡았다. 최치훈 사장은 당시 50대 초반의 나이에‘젊은 삼성’을 위해 발탁됐다.
최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번 합병을 그룹 차원의 큰 틀에서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사장과 최 사장은 각각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대표를 맡아 실무 일선을 맡았다. 상대적으로 권오현 부회장·신종균 사장·윤부근 사장 등 이건희 회장 시대 삼성을 이끌었던 리더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합병 에 개입할 수 없는 위치기도 했지만, 그룹의 지배구조가 달린 빅딜(Big Deal)에 이들의 존재감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삼성SDS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SDS 역시 이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11.25%)을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하단에 위치해 있어 삼성물산이나 제일모직만큼 중요성이 부각되진 않지만, 그룹의 최대주주가 지분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설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시총규모로 볼 때 양사가 합병할 경우 이 부회장 등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지분 1.8% 안팎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초 공식적으로‘합병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SDS 내부적으로도 일부 동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합병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 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IT서비스를 담당하는 ICTO사업부를 분할한 뒤 이를 삼성전자와 합병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사업적으로 이 사업부만 분할해 독립시키기가 어려운데다, 기업을 분할하면 그만큼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삼성SDS 지분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승계받기 위한 과정에서 세금 등 납부에 활용할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재 이 부회장 삼성SDS 지분 가치는 약 2조4000억원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20.76%)과 삼성전자 지분(3.38%)을 승계했을 때 예상되는 상속·증여세 5조~6조원의 절반 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삼성SDS를 더 성장시켜 지분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숙제는 남아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7조89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까지 물류사업 등을 키워 매출액을 2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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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07월22일 15: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