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공정가치' 관심 없고 '원금'에만 목 매는 미래에셋
입력 2015.07.27 13:00|수정 2015.07.31 09:31
    [Invest Chosun]
    시장가격·입찰가격·실사가격 무시하고 "5만9000원 이하는 안돼"
    합리적 근거 없이 '손해보고 팔면 배임'이라는 주장만
    채권단 관계자 "매각 성사 가능성만 떨어져"
    • 금호산업의 가치를 '내가 손해 안보는 가격'으로만 평가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장에 채권단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가치 평가를 주장하면서도 공정가치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강공만 주장하고 있어 금호산업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우려다.

      현격한 금호산업에 대한 가격차(가치차)는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간의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다.

      미래에셋의 이익은 다른 채권단의 이익과 다르지 않다. 금호산업 지분을 비싸게 팔면 팔수록 채권단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엔 찬성할 수 없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미래에셋이 ▲상장사인 금호산업의 시장가격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고 ▲현재 협상 대상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금 동원능력과 동떨어져 매각 실패 가능성을 높인데다 ▲구체적 밸류에이션(가치산정) 근거보다는 '손실 회피를 위해서'라는 주장만 제시한 까닭이다.

      미래에셋이 주장해 관철시킨 주당 5만9000원은 현재 시가 기준 20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지난 4월 호반건설이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산정한 주당 가치(1만6000원)는 물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본입찰에 참여한 가치(주당 3만900원)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금호산업은 상장사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있으며, 최근 한 차례 입찰을 거치며 계열사 시너지 및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의 수준이 어느정도 큰 틀에서 공개된 매물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을 고용해 진행한 매각자 실사에서도 채권단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공정가치(주당 3만1000원)가 나왔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은 이를 모두 크게 뛰어넘었다. 특히 삼일과 안진이 채권단 입장에서 산정한 가격에 두 배를 불렀다는 점은 공정가치 평가를 애초부터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매각가격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단에 의한 공정가치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미리 정한 가격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논란거리는 미래에셋의 주장에 재무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손해를 보는 가격에 팔면 운용사로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줄곧 주당 5만9000원 이상의 가격을 주장해왔다. 왜 금호산업 지분 50%의 가치가 1조원이 돼야 하는지 설득력있는 설명은 없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미래에셋 입장은 예전 투자 원금을 내놓으라는 것인데 이건 M&A 영역이라기보단 예전의 앙금에 가까운 것 같다"며 "채권단 내부 설득도 안되는 가격으로 박 회장과 협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미래에셋의 강경책이 금호산업의 매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산 대부분을 2년전 금호산업 증자에 투입한 박 회장은 자금 여력이 크지 않다. 금호그룹이 염두에 두고 있는 5000억원대 자금 조달조차 성공 여부가 의문시되는데 1조원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 박 회장과의 교섭은 성과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채권단은 6개월간 금호산업을 외부에 매각할 수 있는데, 금호산업에 1조원을 투입할 새 인수 후보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미래에셋을 제외한 다른 채권단들이 우려하는 건 이번 개별협상이 흐지부지되고, 다음 본입찰도 유찰로 끝나 매각 자체가 방향성을 잃는 것"이라며 "미래에셋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협상에 응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