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형제의 난'에 시장은 갑론을박
입력 2015.07.30 13:30|수정 2015.07.31 09:27
    롯데그룹 후계 구도 오리무중
    신동빈 회장 중심 후계구도 놓고 의견 '분분'
    • 신동빈 회장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형제의 난'으로 안갯속에 빠졌다. 아직까진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후계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향배에 따라 후계구도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9일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롯데쇼핑 주가는 전날 22만9000원에서 6.55% 오른 24만4000원에 마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22만9000원에서 228만8000원으로 2.65% 상승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간 지분 경쟁 가능성에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시장에선 일종의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평가실장은 “이번 사태는 더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미 신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형제간 계열사 지분확보 경쟁 가능성도 작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미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계열사 지분 경쟁으로까지 번지질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더불어 일본롯데홀딩스가 한·일 롯데를 지배한다는 점에서 형제간 계열사 지분경쟁이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후계구도의 핵심은 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누가 상속받느냐의 문제다”며 “두 형제 입장에선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지분인수가 관건이기에 계열사 지분을 놓고 지분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신 회장 중심의 후계구도로 가는 것으로 보이나, 신 전 부회장이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과 손을 잡고 지분 경쟁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나아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예상을 깨고 후계자로 낙점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 향방이 후계구도의 핵심인 만큼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석이다.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신 이사장과 함께 이번 형제의 난을 기획했다는 점과 여기에 신 총괄회장이 움직였다는 것에서 후계구도의 변화도 조심스레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외국계 IB업계에선 그룹의 후계구도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견해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따라 언제든지 후계자는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롯데그룹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조차도 그롭의 후계구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며 “아직까지 후계구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형제의 난'과 관련해 이날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 회장은 "여러분께 불안감과 혼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에게도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한 마음입니다"라며 "롯데가 오랫동안 지켜온 기업가치가 단순히 개인의 가족 문제에 흔들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롯데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여러분의 힘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기입니다. 부디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한마음이 되어 지켜봐주십시오. 여러분의 신뢰를 기반으로 롯데는 더욱 굳건히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라며 임직원들에게 협력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