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 협상 변수 '미래에셋'·'지역주의'·'가격논리'
입력 2015.08.05 07:00|수정 2015.08.05 08:53
    두 차례 진행된 실무협상 진전 없이 끝나
    강경파 미래에셋, 협상 테이블은 피해…'결자해지' 여부 주목
    • 금호산업 매각 협상의 막이 올랐다. 매각자인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과 매수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제시한 가격의 차이가 5000억원에 달해 쉽사리 끝날 협상은 아니라는 평가다.

      시장 안팎에선 이번 매각 협상의 성사 여부를 가릴 주요 변수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직접 협상 여부 ▲지역주의 여론의 영향력 ▲가격 간극을 좁힐 협상력과 논리의 존재 여부를 꼽는다.

      ◇ 미래에셋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까

      금호산업 매각 협상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협상 참여 여부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지난 29일, 31일 두 차례에 걸쳐 마주앉아 협상을 진행했다. 채권단측 협상 주체는 KDB산업은행이었다. 미래에셋은 참여하지 않았다. 주당 5만9000원의 가격을 제시한 주체인 미래에셋이 테이블 앞에 앉지 않는 데 대해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에셋은 "채권단의 일원으로 가격을 제시한 것일뿐 협상 권한은 없다"고 말한다. 산업은행은 미래에셋의 협상 참여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협상은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이 주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채권단 사이에 엇박자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협상이 틀어졌을때 돌아올 책임론을 신경쓰는 것 같다"며 "협상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지 않으려 하는 산업은행과 입장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협상에 나선다면 금호그룹과의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은 협상 개시 전 운영위원회에서 가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강경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채권단 내에는 미래에셋이 지금은 소극적이지만, 중요한 고비가 되면 직접 나설 거라는 보는 시각도 있다. 산업은행이 적절한 교섭으로 판을 만들어주면 미래에셋이 결자해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 '지역주의'가 매각에 영향 끼칠까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 가격에 대한 금호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현재까지도 "특별히 없다"이다. 그러나 "1조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격에 실망했다" 등 금호그룹의 의중은 다른 길목을 통해 시장에 전해지고 있다.

      진원지는 광주 및 호남의 지역언론이다. 이들은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금호산업 지분 50%+1주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제시한 채권단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비판의 주 대상은 ▲호남 출신 경영자(박현주 회장)이 경영하는 미래에셋 ▲미래에셋 주장 가격을 받아들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 ▲향토기업 경영권 매각이 위급한 상황인데도 나서지 않는 광주상공회의소 등이다.

      금호그룹은 이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은 협상을 유리한 고지로 이끌기 위한 여론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언론에 호응해 광주경영자총협회(광주경총)이 지난 29일 채권단 비판 성명을 발표했으며, 광주상공회의소도 입장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 같은 여론이 매각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 등 대우건설 투자로 손실을 본 재무적투자자(FI) 계열 주주들이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 신뢰가 중요한 협상에서 외부의 비공식 채널을 통한 메시지 전달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그룹엔 광주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중량급 인사들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 언론의 메시지도 이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양측 모두 마땅한 '가격논리' 없어

      미래에셋이 주장한 주당 5만9000원(총 1조200억원)의 매각 가격은 '대우건설 투자 원금을 고려했을때 손실을 보지 않는 가격'이다. 금호산업이 언급한 주당 3만원대 중반(총 5000억대 중후반)의 가격은 '채권단측 회계 실사 결과에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채권단은 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포함한 금호산업 지분 가격이 1조원에 달하는지, 금호그룹은 왜 주당 3000~40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납득할만한 적정 프리미엄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선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가치에 대한 시각 ▲1조원이 넘는 금호산업 우발채무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할지 등이 우선 조율돼야 한다. 특히 채권단은 최종가격 결정 절차에서 채권단 전체동의를 받아야 하는만큼 합리적인 논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호그룹 내부에서도 채권단 설득을 위해 좀 더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8월초부턴 매일 만나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실사 등 문제로 일정이 다소 미뤄진만큼 실무 협의는 최대한 빨리 진도를 나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