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SE 직상장 '1호' 매그나칩반도체, 새 주인 찾는다
입력 2015.08.10 07:00|수정 2015.08.10 07:00
    실적 악화 지속, 대주주 헤지펀드들 매각 결정
    중국 비메모리반도체 기업들 인수전 가세 전망
    기업가치 놓고 원매자와 합의점 모색 과제
    •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가 다시 매물로 나왔다. 뉴욕증권거래소 국내 1호 상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매그나칩이지만 실적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 대주주인 헤지펀드들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캐피탈이 이번 매각을 주관하며 본격적인 매각에 앞서 매도자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대상 지분은 대주주인 애비뉴캐피탈(Avenue Capital)을 비롯한 헤지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0.4%가 될 전망이다. 애비뉴캐피탈은 2009년 매그너칩반도체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Chapter11)를 신청할 당시 채권을 인수해 출자전환하며 지분을 확보했다.

      매그너칩 인수 후보로는 국내보다는 해외 파운드리(Foundry) 기업들이 손에 꼽힌다. 특히 생산기지 확보에 나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동부하이텍 매각이 당장 가시화될 가능성이 낮아 매그너칩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동부하이텍은 주가 급등으로 원매자들이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실적도 호전돼 채권단에서도 매각보다는 현 상태 유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정통한 IB관계자는 “동부하이텍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SMCI를 비롯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목적은 특허나 생산 기술이 아닌 생산 기지 확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비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주문량을 소화해 줄 생산 기지가 부족하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의 동부하이텍 인수를 검토한 배경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매그나칩은 아날로그 및 혼성신호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독자적인 수행 능력을 갖춘 종합반도체 기업이다. 청주와 구미에 있는 생산시설(Fab)은 8인치 웨이퍼기준 월간 13만6000장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웨이퍼 생산기업들이 10인치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8인치 웨이퍼 생산 설비를 갖춘 점이 경쟁력이란 평가다. 아날로그반도체는 대부분 8인치 웨이퍼로 생산하고 있고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다만 비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8인치 생산 설비를 추가로 투자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매그나칩은 인수 검토를 해볼만 한 대상이란 설명이다.

      매그나칩의 4일 기준 시가총액은 2억9170만달러이며 순차입금을 고려한 기업가치(EV)는 4억달러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같은 가치를 받아줄 원매자가 나타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매그나칩의 실적은 하락세다. 2012년 8억734만달러였던 매출액은 2014년 6억9822만달러로 줄었고, 1억1000만달러 순이익에서 1억1172만달러 순손실로 전환했다. 지난해 상각전이익(EBITDA)은 960만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지난 6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매그나칩의 장기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B-에서 CCC+로 하향조정하고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S&P는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수익률 악화로 현금보유액이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줄고 올해 큰 폭의 영업손실이 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년 내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재무제표 재작성 관련 법적 분쟁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생산기지로써 매그나칩 인수에 접근하게 될 경우, 거래 방식을 놓고 매도자와 원매자간 인식 차를 좁히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원매자들은 신규 투자 비용과 이에 따른 효익을 기반으로 매그나칩 인수가를 책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그나칩은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를 모체로 하며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가 비메모리사업부문을 분리해 CVC캐피탈에 매각하면서 설립했다. 2009년 매그나칩은 9억달러에 육박한 차입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 KTB투자증권이 이끈 사모펀드(PEF)가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무산됐고, 결국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Chapter11)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매그너칩 반도체의 대주주가 애비뉴캐피탈로 바뀌었다. 2011년 3월, 국내 증시 상장을 거치지 않고 뉴욕증권거래소에 직 상장한 첫 번째 국내 기업으로 자본시장 역사에 한 줄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