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4곳, M&A 인수금융 투자에 꽂힌 보험사·연기금·공제회
입력 2015.08.20 07:30|수정 2015.10.15 09:36
    인수금융 참여 기관, 지난해 46곳→올 상반기 54곳으로 증가
    보험사·공제회·중앙회 등 투자 보폭 넓어져
    수익성·안정성 갖춘 투자처…시중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도 한몫
    • 기업 인수·합병(M&A) 인수금융(Loan)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투자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보험사와 연기금·공제회들의 투자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저금리 시기에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루 갖춘 인수금융으로 수요가 몰렸다.

      올 상반기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M&A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이 기간에 총 54곳의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인수금융 거래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 참여 기관 수(46곳)를 웃도는 수치다. 하반기 진행되는 M&A 거래들을 감안하면 투자 기관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 별로 살펴보면 보험사와 중앙회들의 참여 건수가 늘었고 연기금과 공제회도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인수금융 시장을 주도해온 은행들의 투자 규모는 감소했다.

    • M&A 인수금융은 시장 금리 대비 수익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역마진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보험사와 공제회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최근 인수금융 금리 수준은 4%선으로 과거보다 하락했지만 1%대 초저금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고수익 투자처다. 인수금융은 선순위·중순위 대출이라 안정적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가 금융주선 과정에서 거래 위험도를 검토하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디폴트 위험도 낮다"며 "그간 인수금융에 큰 관심이 없었던 보험사들도 새로운 투자자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많지만 작년 말부터 다수의 사모부채펀드가 조성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 펀드에는 대부분 보험사들이 출자자로 있어 간접 투자까지 감안하면 투자 규모는 더 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시중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강화 추세가 맞물렸다. 전년 대비 인수금융 투자 비중이 줄면서 은행의 빈자리를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채우며 참여 기관 수가 증가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인수금융 거래 중 국내 8개 시중은행의 투자 금액 비율은 55.5%였지만 올 상반기 40.3%로 감소했다.

    • 사모펀드(PEF)와 금융주선사들은 이 같은 흐름을 반기는 분위기다. PEF들은 대규모 M&A를 위한 자금 조달이 용이해졌고 금융주선사들은 투자확약서(LOC) 발급이 수월해졌다. 가장 최근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30곳에 가까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원해 인수금액의 절반 이상인 2조원가량이 수월하게 마련됐다.

      오는 하반기 홈플러스 매각 거래 역시 PEF 후보들의 인수금 마련은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홈플러스는 인수금융 규모만 최대 4조원에 달하는 대형 M&A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홈플러스 인수금융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수금융 거래지만 투자금이 금방 모인다"면서 "투자확약서 발급이 문제 없이 끝났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