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밥캣 프리IPO, 産銀 구원투수로 나섰다
입력 2015.08.25 10:00|수정 2015.08.25 11:23
    투자유치 어렵자 産銀에 도움 요청…작년 두산重 닮은 꼴
    • 결국 밥캣 프리IPO(상장 전 투 자)에 KDB산업은행이 구원 등판했다. 두산그룹은 상반기 중 8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뒤늦게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산은 도움으로 7000억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밥캣 프리IPO를 준비했다. 프리IPO를 주도하는 한화자산운용은 무난한 성공을 확신했다. 미국 건설 경기를 탄 밥캣의 실적이 상승세였고, 연 6.5%의 배당수익률이면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는 데 목마른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할 것으로 기대했다.

      ◇ 밥캣 성장성·투자 조건 강조에도 투자자 확보 난항 

      기대와 달리 투자자는 쉽사리 모이지 않았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의 앵커출자자였던 교직원공제회도 두산그룹 익스포저에 부담을 느꼈다. 두산그룹과 얽힌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손을 내저었다. 특히 투자 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꺾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투자회수를 둘러싼 두산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갈등이 두산그룹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며 기관투자가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보통주로 투자한 DICC와 달리 우선주로 투자한 점, 밥캣홀딩스의 IPO 무산시  자회사를 매각할 수 있는 조건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역부족이었다.  블라인드 펀드나 외국계 투자자 모집도 여의치 않았다.

      상반기 중 성사를 자신했던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까지도 전체 목표 금액에 크게 미달한 자금만 모았을 뿐이다. 800억원을 출자하는 계열사 한화생명이 ‘본의 아니게’ 앵커출자자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 ◇ 뒤늦게 산업은행에 SOS…지난해 두산重과 판박이

      한화자산운용만 바라보고 있던 두산그룹은 지난달에야 산업은행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룹 사정에 밝은 국책은행이 나서지 않을 경우 거래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도 프리IPO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진 두산그룹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고심 끝에 공동운용사(Co-GP)로 나서기로 방침을 정하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절연시켜 밥캣 자체에 투자하는 거래란 점을 부각시켰다. 두산그룹이 밥캣을 49억달러(현재환율기준 약 5조7982억원)에 인수했지만 투자 시 평가는 30억달러(약 3조5499억원) 수준에 맞춰 안정적이란 점도 강조했다. 산은캐피탈이 투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2일 밥캣의 5507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 사실을 알렸고, 이달 중 2차로 1500억원가량 추가 증자 계획을 확정 짓는다. 산업은행(800억원)과 산은캐피탈(100억원)은 한화자산운용이 결성한 PEF에 증액하는 형태로 출자하게 된다. 두산그룹으로선 목표만큼은 아니더라도 산업은행의 참여로 7000억원대 자금을 조달하며 간신히 체면을 살리게 됐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RCPS 발행 당시에도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거래를 끝낸 바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트리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앞세워 RCPS 투자자 모집에 나섰지만 사실상 실패하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산업은행에 손을 벌렸다. 5000억원의 RCPS를 발행하려 했으나 3730억원에 그쳤다. 산은이 아니었다면 이 역시도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