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테스코에 불리한 조건 떠안겠다 제안 하자 HSBC전격 수용
표면적인 인수가격은 7조원대…실질인수가는 8조원 언급돼 "계약조건 논란"
MBK펀드 최대 투자자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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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홈플러스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뒤집기 카드’ 는 가격이 아닌 비가격 부분으로 매각자인 테스코가 책임을 져야할 수 있는 부분, 통상임금,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 임직원 위로금 등을 MBK파트너스가 대부분 책임지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들로부터 승인 받은 홈플러스 인수 금액 상한을 넘어설 수 없게 되자, MBK파트너스가 꺼낸 방안으로 풀이된다. 이 카드는 MBK파트너스와 함께할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 인수 가격을 높이는 구조여서 투자 실적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인수에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홈플러스 인수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매각주관사인 HSBC는 이날 새벽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조건을 본 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KKR 컨소시엄을 배제하고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현재 홍콩에서 진행중인 막바지 세부 조건 확정을 위한 협상도 일단락됐다. 칼라일그룹은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했다.
막판 밤샘 협상을 거치면서 홈플러스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KKR컨소시엄으로 기우는 듯 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HSBC는 매각 조건에 관한 이견의 폭을 상당 부분 줄여갔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새벽까지만 해도 MBK파트너스가 아닌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승리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MBK파트너스가 ‘진술 및 보장’ 등에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진술 및 보장은 매각자가 제시한 사항이 사실이 아니면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건이다. 대부분의 M&A에서는 이 조항에서 매각자-인수자간 사후책임에 대한 합의를 반영한다. 이와 관련,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가 매각되고 난 이후에는 테스코에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테스코와 HSBC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평가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방향과 원칙은 '신속성'과 '불확실성 제거'이다.
복수의 거래 관계자들은 “개인정보유출 관련 소송, 위로금 지급, 통상임금문제 등에 대해 테스코측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제안을 MBK파트너스가 제시하면서 홈플러스 매각은 MBK파트너스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지난 1월 경품 이벤트로 가장해 고객 정보를 수집한 후 보험회사에 총 2406만건의 개인 정보를 불법판매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피해 고객들은 직접 손해배상청구도 제기했다. 또한 매각 전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1조3000억원 배당 추진하는 문제로 ‘먹튀’ 논란이 일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국정감사 안건으로 다룰 태세다. 홈플러스 노동조합도 매각에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MBK파트너스가 책임지겠다고 제시한 것이다.
MBK파트너스의 이 같은 수정 제안을 접한 후 HSBC는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협상 중단을 알렸다. 어피니티 컨소시엄도 MBK파트너스의 수정 조건을 접한 후 ‘따라갈 수 없는 제안’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특히 KKR이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와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KKR은 투자자 소송을 우려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마지막 제안은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제한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조건”이라며 “어피니티컨소시엄에 KKR이 참여한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파트너스이기에 가능한 제안이며 MBK파트너스의 인수 의지가 그만큼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가 비가격부분에서 승부를 건 것은 이번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을 공동투자자들과 협의를 거쳐 어느 정도 정해놓고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비가격요소를 가격화해서 반영하면 실제 인수가격은 8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가격이 7조원대 중반으로 예상되지만 직원 위로금 및 잠재적인 손실과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면 실제 인수가격은 8조원대로 치솟는다”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제안이 사실이라면, 펀드의 투자자(LP)들이 주의 깊게 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국민연금은 인수자가 확정되기도 전에 미리 MBK파트너스측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제안한 '비가격 요인'은 더 큰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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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02일 13: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