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 달린 거래에 '인맥' 개입…두산그룹 눈 가렸다
입력 2015.09.03 07:00|수정 2015.09.04 14:41
    한화운용도 인맥으로 선택 "거래 패착 요인"
    두산重 RCPS 발행 경험도 무용지물
    •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과 밥캣의 대규모 거래에 소형 운용사들을 앞세웠다. 그룹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거래였지만 인맥에 얽히며 투자 이력이 일천한 운용사를 선정했다.

      두산의 신뢰는 어긋났다. 모두 자금 모집 성공을 호언했지만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했다. 기업집단 중에서도 재무에 밝은 그룹으로 꼽히는 두산답지 못했다는 평가다. 애초부터 산업은행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선택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화운용, 두산그룹 거래 이력 오히려 毒

      두산그룹은 밥캣 프리IPO를 주도할 운용사로 한화자산운용을 선택했다. 한화운용은 지난해야 사모펀드(PEF) 운용팀을 만들었고, 밥캣 프리IPO를 위해 이번에 PEF를 처음으로 결성한다.

      운용사 선정엔 PEF 팀을 이끄는 손영민 한화운용 상무의 경력이 주효했다. 지난 2007년 두산그룹의 밥캣 인수 때부터 인연을 맺은 손 상무는 미래에셋 PE(프라이빗에쿼티)에서 두산그룹과 7건의 거래를 마쳤다. 두산그룹 대규모 구조조정과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투자를 주도했다. 그룹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이번 거래도 원활히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가뜩이나 두산그룹과 DICC 투자회수 문제로 얽혀있는 출자자(LP)가 많은 상황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DICC 투자를 주도했던 인물까지 등장하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두산그룹의 선택에 의문을 표하며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투자자 모집이 지연되는 사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운용사만 다르지 DICC 투자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밥캣 프리IPO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이러니"라며 "두산 입장에서야 과거 좋은 선례들이 있으니 이번에도 잘 해줄 거라고 믿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부담요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 ◇ 두산중공업 선행학습 무용…또 '인맥'에 명운 건 두산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RCPS(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때도 인맥에 의지했다가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당초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이 RCPS를 총액인수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우리투자증권이 PEF를 통한 투자구조를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PEF 운용사로는 트리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선정됐다.

      트리니티는 2013년 SBI PE를 이끌던 윤유식 대표가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SBI그룹에서 분사해 설립한 운용사다. 2012년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아 결성한 2000억원 규모 SBI팬아시아 PEF를 SBI인베스트먼트와 공동 운용하고 있다. 당시 거래 관계자는 "윤유식 전 대표가 우리투자증권 고위 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운용사 역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리니티는 RCPS 투자 추진 당시 투자인력은 4명이었고, 인지도는 미미했다. 투자자 모집에 한계를 보였다.

      IB 업계 관계자는 "트리니티가 국민연금 출자 받은 이력을 강조하며 국민연금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두산그룹 입장에선 소형 운용사에 거래를 맡길 경우 입맛에 맞게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인맥에 기대 소형 운용사를 선택한 점이 패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