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최대주주 위치 확보…"경영참여 목적 아니다"
레미콘 1위 유진, (주)동양 인수하면 레미콘·건설 시너지
(주)동양, 동양시멘트 매각 후 채무 변제해도 수천억원 현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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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인수에 실패한 유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주)동양의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유진기업은 3일 유진투자증권과 함께 (주)동양 지분 5.67%(1345만5646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의 (주)동양 주식 매입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유진기업이 4.06%를 매입했고, 유진투자증권은 1.62%를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주당 2662원에서 2881원. 총 400억원을 들였다.
직전 (주)동양의 단일 최대주주는 동양레저이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감자를 당해 현재 3.77%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주식 보유 기간 중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시했다. 사실 (주)동양의 경영권은 법원이 쥐고 있어, 유진그룹이 참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진그룹의 이번 주식 매입은 향후 (주)동양에 대한 인수·합병까지도 고려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사업포트폴리오 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유진기업은 레미콘업계 1위이며 동양시멘트를 매각하는 (주)동양은 주력이 레미콘으로 바뀐다. 유진기업은 (주)동양 인수를 통해 레미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구조 개선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주)동양을 인수할 경우 유진기업은 레미콘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개선할 수 있다. (주)동양에는 건설부문이 있고, 플랜트를 시공할 수 있는 산업설비사업 부문도 있다. 옛 한일합섬이 섬유사업부문도 남아있다.
유진기업에도 건설 부문이 있긴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20억원에 못 미쳤다. 반면 (주)동양은 228억원을 기록했다. (주)동양이 건설 분야 등에서 그간 쌓아온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유진기업이 공을 들이고 있는 건자재 유통의 성장도 도모해볼 수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유진기업이 (주)동양을 인수할 경우, 확실한 시장 지배력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두 회사에게는 좋은 결과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동양에 쌓일 현금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동양은 동양시멘트 경영권을 삼표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후 받을 돈은 7943억원. 이 돈은 채무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현재 남은 채무액(회생채무와 기타채무)은 3129억원 가량이다. 단순 계산해 이 채무를 일시 변제한다고 해도 (주)동양에는 4800억원 가량의 현금이 남게 된다. 자산으로 4800억원과 현금 4800억원은 그 의미가 다르다. (주)동양의 경영권을 쥐게 되면 이 현금으로 다른 M&A나 사업 확장에 사용할 수 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인베스트조선과 전화에서 "(주)동양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주)동양의 지배구조도 주목할 부분이다. 동양레저의 지분이 낮아, 매각한다고 해도 경영권 확보가 불가능하다. 법원이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자를 찾을 수도 있지만, (주)동양에는 동양시멘트를 매각하고 받을 돈이 수천억원이나 있어 필요성이 낮다. 현재 상태로 (주)동양이 법정관리를 졸업한다면 대주주는 유진그룹이 될 수도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동양의 개인주주들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지분을 모아 매각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M&A 경험이 많은 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유진그룹의 (주)동양에 대한 행보가 주목된다. 유진그룹은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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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03일 18: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