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 M&A' 집중하는 삼성전자, '스몰딜'만 잇따라
입력 2015.09.14 11:11|수정 2015.09.14 11:45
    삼성그룹②
    그룹 핵심 삼성전자, 엔지니어 중심 M&A 시스템 정착
    미래전략실 등 그룹 차원 M&A 콘트롤타워 없어
    "5년 내 사람들이 바라는 멋진 M&A는 없을 것"
    • [편집자주]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M&A를 위한 상시 전략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은행(IB)들과 협업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M&A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에 성공한 기업 혹은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국내 대기업의 M&A 사례와 전략, 통합 과정,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첫번째 편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의 실패한 M&A와 현재의 M&A의 차이, M&A의 키맨(key man) 그리고 이재용 시대의 삼성 M&A를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한 기업들의 목록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1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사들이다. 100억원짜리 스타트업도 있다. 왓츠앱을 20조원에 인수한 페이스북처럼 삼성전자에도 빅딜(big deal)을 기대하는 시선에서 보면 다소 초라해보일 수 있는 목록이다. 이는 선행기술과 특허 등 지적재산권(IP)에 집중하는 엔지니어 중심 인수합병(M&A) 시스템이 정착한 결과다. '부품 기업'이라는 한계로 인해 빅딜이 제한적일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한 2010년 이후 삼성전자가 인수한 기업은 알려진 것만 모두 19곳이다. 인수 금액은 100억원(프록시멀데이터)부터 4500억원(메디슨)까지 다양하다. 메디슨·뉴로로지카 등 의료기기업체 5곳을 인수하는 데 1조원을 썼지만, 보유 현금이 52조원(지난 3월말 기준, 단기금융상품 포함)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지갑 사정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 삼성전자가 M&A에 나설 때 인수대상 선정은 각 사업부가 전담한다. 각 사업부는 엔지니어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로지 선행기술 동향만 예측하고, 미국 내 리서치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인수대상을 확정한다. 대상이 확정되면 기획팀내 CD(coporate development)그룹이 참여해 실무를 맡는다. 모바일결제서비스업체 루프페이를 비롯해 프린터온·스마트싱스 등의 인수가 이런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인수에 고려되는 사항은 주로 IP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이다. 미래성장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식으로 M&A가 이뤄지다보니 설비나 플랫폼을 인수하는 M&A보다 규모가 작을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외국계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필요한 건 대상 회사의 시장지배력이나 생산능력이 아닌 IP뿐"이라며 "앞으로 이뤄질 M&A도 결국 IP를 확보하기위한 목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계열사 및 실무사업부가 주도하는 개별적 M&A를 장려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3월 미래전략실 내 참모 조직인 전략태스크포스(TF)를 사실상 해산했다. 현재 미래전략실은 기존 조직인 전략1·2팀을 기반으로 계열사별 경영 조율에만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빅딜의 가능성이 더 낮아진 모양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 차원의 M&A 조직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M&A는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대형 M&A에 나설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품·하드웨어 위주의 기업인 삼성전자는 플랫폼이 없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데 유튜브나 왓츠앱을 삼성전자가 샀다고 하더라도, 시너지를 낼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논리다. 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의 삼성전자를 보면 향후 5년내 사람들이 바라는 멋진 M&A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플랫폼이 없는 업체의 한계가 분명해 좋은 기업도 굳이 삼성전자에 인수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