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회'에서 '글로벌 그룹'까지, 삼성 M&A 역사 50년
입력 2015.09.15 07:01|수정 2015.09.15 07:01
    삼성그룹④
    1950~1980년대 M&A로 금융업 진출…가전은 합자로 기틀 세워
    1993년 '월드 베스트 전략'따라 글로벌 M&A…AST '참담한 실패'
    2010년대 M&A 재개…'지배 대신 시너지'로 방향 전환 중
    • [편집자주]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M&A를 위한 상시 전략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은행(IB)들과 협업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M&A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에 성공한 기업 혹은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국내 대기업의 M&A 사례와 전략, 통합 과정,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첫번째 편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의 실패한 M&A와 현재의 M&A의 차이, M&A의 키맨(key man) 그리고 이재용 시대의 삼성 M&A를 분석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창업한 삼성상회가 모태인 삼성그룹은 수많은 인수합병(M&A)을 거듭해가며 오늘날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했다.

      1950년대 적극적인 M&A로 그룹의 기틀을 다진 삼성은 1990년대 글로벌 M&A 시장에 나섰다 쓴맛을 보기도 했다. 잠시 주춤했던 M&A 움직임은 2010년대 들어 재개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부상하며 더욱 속력을 내고 있다.

    • ◇ 1950~1980년 : 국내 M&A로 사업 확장…금융·반도체 등 기틀 마련

      삼성은 1950년대부터 M&A의 강자였다. 반도체·금융·유통(현 신세계) 등 현재 주력 사업군의 대부분이 1950~1980년대 M&A를 통해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합류했다. 마땅한 인수후보가 없었던 가전 부문은 일본기업과의 합자로 기술을 도입해 키웠다.

      삼성은 1958년 2월 안국화재를 인수했다. 현재 삼성화재보험의 전신이다. 1963년엔 동화백화점과 동방생명을 잇따라 인수했다. 동화백화점은 신세계, 동방생명은 삼성생명보험으로 성장했다. 1965년엔 새한제지공업(현 한솔제지)을 인수하며 제지업에 진출했다. 1974년 인수한 한국반도체는 현재 글로벌 1위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의 초석이 됐다.

      1969년엔 가전제품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했다. 당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금성전자에 맞서기 위해 삼성은 산요와 합자회사를 세웠다. 이듬해엔 일본전기(NEC)와 합자회사(현 SDI)를 세워 브라운관 생산에 돌입했다. 미국 코닝과의 합자사 삼성코닝도 비슷한 시기 세웠다. M&A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고, 여의치 않으면 해외의 기술력있는 회사와 합자를 통해 기틀을 세운 것이다.

      ◇ 1990년대 : '월드 베스트 전략'으로 시작된 글로벌 M&A…AST 실패로 침체

      이렇게 성장한 삼성그룹은 1990년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함께 M&A 역사의 전환기를 맞는다. 이 회장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세계 최고의 명품을 생산하자"며 '월드 베스트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지휘 아래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M&A를 잇따라 진행했다.

      이 시기 인수한 기업이 독일 브라운관업체 FGT, 미국 화합물반도체 제조업체 HMS, 가전통신서비스업체 DMS, 비동기식 칩셋설계업체 IGT, 일본 오디오전문업체 LUX, 독일 고급카메라업체 롤라이광학 등이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그룹은 알려진것만 12개의 글로벌 기업을 인수했다. 1966년 사카린 파동으로 정부에 헌납한 한국비료공업(삼성정밀화학)을 재인수하는 기쁨도 있었다.

      그러나 '월드 베스트 전략'은 결과적으로 삼성그룹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1995년 세계 6위 컴퓨터제조업체 AST를 인수했지만 인수 후 통합(PMI)에 실패했다. 약 15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1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5년만에 경영권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2010년까지 삼성그룹의 M&A는 침체기를 겪었다. 신사업은 합자를 통해 진출했다. 삼성NEC디스플레이·삼성토탈·S-LCD 등 합자회사들이 2000년대 초반 잇따라 만들어졌다. 2007년 이스라엘 반도체설계업체 트랜스칩을 인수하며 해외 M&A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M&A에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 2010년대 : 신수종 사업·기술 확보 위한 M&A 재개

      삼성그룹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하고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M&A 움직임도 다시 나타났다. 2011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이 회장 등 삼성그룹 경영진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전체적으로 기술 확보를 위한 M&A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삼성은 2010년 이후 메디슨·뉴로로지카 등 의료기기 업체 M&A에 1조원을 투입했다. 4자물류사업 진출 및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를 위한 삼성SDS의 외부 기업 인수도 이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와 전략혁신센터(SSIC)를 세우고 미래기술 연구개발과 스타트업 인수에도 나섰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M&A 행보는 더 빨라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1년 반 사이 11개(삼성전자만 8개)의 기업을 M&A했다. 지배보다는 시너지에 신경쓰며 AST 이후 한동안 발목을 잡았던 인수 후 통합(PMI) 문제도 순조로이 비켜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