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B(기업투자금융) 인력 전문성 ‘자신’
걸음마 단계 해외시장은 ECA 등과 협업 강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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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기업금융그룹 대표인 전귀상<사진> 전무는 국내 및 해외 CIB(기업투자금융) 시장을 한 마디로 '낙관적이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국내에선 CIB 먹거리가 줄어든 지 수 년째. 그래서 택한 해외시장은 여전히 장벽이 높다. 돈줄이 되는 금융은 온전히 글로벌 은행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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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영업과 CIB본부가 속한 기업금융그룹을 이끄는 전 전무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우위를 선점한 인프라 금융 부문을 지켜내는 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이 취임 후 힘을 싣고 있는 분야가 바로 CIB와 웰스매니지먼트(WM) 분야다.
올해 KB국민은행의 대기업 금융은 성과가 늘긴 했지만 중소기업 부문만큼은 아니었다. 초우량 기업들은 여유자금이 충분할 뿐 아니라 우량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하다. 은행 문을 두드릴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IB 분야에서는 성과가 좋았다. 그 중에서도 SOC(사회간접자본) 위주의 인프라 금융에서는 우위를 지켜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부문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지만 IB 분야에서는 전반적으로 성과가 괜찮았다. IB라는 게 소위 '회임 기간'이 긴데 올해 오래 봐왔던 프로젝트들이 결실을 거뒀다. 인천국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리파이낸싱)에 이어 하반기에 강릉 석탄화력발전사업과 같은 큰 프로젝트에서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몇 년간 성과를 내온 이 인프라 금융의 우위를 지켜낸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S직군' 제도를 시행하며 IB 전문가 양성에 집중, 이제는 산업은행이 독점해 온 인프라 금융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인프라 금융의 신규 건수가 줄고 있는 등 환경은 녹록지 않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정부가 인프라(SOC) 발주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 단기간 내에 구체적인 결과를 보긴 힘들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지며 CIB 시장 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 후발주자들의 참여가 공격적이다. 과거 은행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단순참여만 하던 보험사들도 이제는 직접 주관을 하려고 한다"
해외시장에선 과감한 도전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이 해외서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 전무는 해외시장서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며 공신력 있는 해외 프로젝트 위주로 경험을 쌓으며 진영을 갖춰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고민 중이다. 초기부터 단계별로 살피려 한다. 무역보험공사 등 수출신용보증기관(ECA)이 보증하고 은행이 대출하는 형태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1차 목표다. 프로젝트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되 국내 ECA 기관들이 뒤에서 백업하는 구조다"
은행 CIB가 안팎으로 위기라는 것이 전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피해갈 수 없는 환경에 직면했다"며 "특히 해외시장에서 강한 도전정신으로 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CIB만의 색깔·DNA에 대해 묻자 그는 차별화 포인트를 언급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우위인 분야를 지켜내며 해외진출을 강화하는 게 기본방향이지만 시장은 항상 움직인다. 때문에 어느 한 곳만 바라보며 일을 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시장이 열리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IB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이라는 게 기업이 어려워지면, 예를 들어 구조화 금융 관련 딜이 늘어날 수 있는 이런 식인데 이러한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시장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이 출사표를 던지며 주목도가 커진 대우증권 인수전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IB 부문의 특성상 향후 증권과의 협업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다음은 전귀상 전무 인터뷰 전문.
-윤종규 회장 취임 후 영업력 중심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진 지 10여 개월이 흘렀다. 그동안의 행보를 뒤돌아보면.
인프라 금융에서 우위적 지위를 지켜냈다. IB라는 게 소위 '회임 기간'이 긴데 오래 봐왔던 프로젝트들이 올해 성과를 거뒀다. 인천국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리파이낸싱)에 이어 하반기에는 강릉 석탄화력발전사업과 같은 큰 프로젝트에서 결실을 거둘 전망이다. 큰 프로젝트들이 실적을 받쳐주면서 예년보다 좋은 주선실적이 나왔다.
일반 은행 업무는 영업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데 반해 IB는 성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요즘은 딜 건수도 적으니 역량 강화가 쉽지 않다. 그러나 CIB 부문에 대한 회장님 의지가 크시다. 인력을 적극적으로 배치해주고 계신다.
-인프라 금융 리파이낸싱 분야의 전망은.
리파이낸싱 금융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장이다. 인프라 금융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신규 인프라 금융 주선의 기회는 줄었지만 기존에 진행되던 SOC 프로젝트들에 한해 리파이낸싱을 유도할 수 있는 '저금리' 환경이 조성됐다. 저금리의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 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가 다른 은행보다 우위인 분야이니 결과가 다를 수 있지 않겠나.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부문은.
국내나 해외나 딜 구조는 같을 수 있지만 경쟁관계 면에서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 국내에선 금리나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해외에선 일단 네트워킹이 부족하다.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고민 중이다. CIB는 자칫하면 크게 손실을 볼 수 있다. 초기부터 단계별로 살피려 한다. 무역보험공사 등 수출 신용보증기관(ECA)이 보증하고 은행이 대출하는 형태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1차 목표다. 프로젝트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되 국내 ECA 기관들이 뒤에서 백업하는 구조다.
IFC(국제금융공사)·ADB(아시아개발은행)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의 국제금융기구들이 소싱하는 딜은 공신력이 있다고 본다. 해외시장 진출 초기단계의 기본전략은 아직까지 '시장 이해'다. 해외펀드도 적극 검토 중이다.
-대우증권을 인수에 대한 전략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주목도가 더 커졌다.
입찰 전이라 말을 하기가 곤란하다. 양해해 달라. 다만 IB 부문의 특성상 향후 증권과의 협업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본다.
-바젤III 도입이 IB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바젤III의 유동성 비율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은행들이 현금·국채 등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하게 되면 그만큼 수익창출력이 저하된다. 레버리지 비율규제에 따른 부채의 사용 제약으로도 수익창출 기회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총여신에서 IB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 수준으로 유동성 및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BIS(자기자본비율)에 영향을 덜 미치는 사업성이 우량한 프로젝트와 해외사업 추진 시 ECA(수출신용기관) 및 국제금융기구 보증이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하여 진행해 나가면서대응해 나갈 것이다.
-KB국민은행 CIB만의 색깔·DNA는 무엇인가.
차별화 포인트를 언급하는 게 참 어렵다. 우위인 분야를 지켜내며 해외진출을 강화하는 게 기본방향이지만 시장은 항상 움직인다. 때문에 어느 한 분야만 쳐다보며 일을 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시장이 열리는 쪽으로는 가야 한다.
IB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이라는 게 기업이 어려워지면 예를 들어 구조화 금융 관련 딜이 늘어날 수 있는 이런 건데 선제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시장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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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15일 10: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