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重 6700억 시추선 인도 취소…재무부담 가중 불가피
입력 2015.09.18 07:30|수정 2015.09.18 07:30
    발주사인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 인도 돌연취소
    "현대삼호重 납기일 못맞춰"
    최대 5000억 건조대금 못받을 위기
    • 현대삼호중공업(이하 삼호중공업)이 6700억원 규모의 해저유전 시추선(West Mira rig)의 인도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시추선 인도로 올해 최대 5000억원의 현금 유입을 예상했던 삼호중공업 입장에선 재무부담 가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르웨이 해양유전 시추선사인 시드릴(Seadrill)은 지난 16일 삼호중공업에 발주한 67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시추선의 인도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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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한 시드릴(Seadrill)사의 반잠수식 시추선

      삼호중공업이 지난 2012년 수주한 이 시추선은 계약상 지난해 12월에 인도할 예정이었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추가작업이 반복되면서 올 8월 초가 돼서야 시운전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도가 계속 미뤄지면 다음 프로젝트들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발주사 측에 인도를 요청했지만, 발주사는 돌연 취소를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시드릴은 삼호중공업이 약속한 납기일 안에 시추선을 건조하지 못하면서 인도 취소권리를 행사했다.

      현대중공업은 "시운전까지 마친 시추선이라 예정대로 인도하기 위해 발주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장 삼호중공업의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 인도 취소 시 삼호중공업은 계약조항에 따라 시드릴에 계약금 1억6800만달러(약 1760억원)와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헤비테일 결제방식에 따라 시추선 인도 후 최대 5000억원가량의 현금 유입을 기대한 터라 유동성에도 부담이다.

      삼호중공업은 올 하반기에 총 3000억원어치의 기업어음(CP)이 만기도래한다. 이 중 오는 25일 만기도래하는 1500억원 규모의 CP는 지난 2012년에 발행한 장기 CP다.

      해양프로젝트 인도지연은 다른 해양프로젝트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조선사들은 해양부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인도가 미뤄질수록 다음 프로젝트들의 작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삼호중공업이 처음 수주한 이 반잠수식 시추선 외에도 현재 현대중공업이 2척의 반잠수식 시추선을 건조 중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인도를 취소한 배경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돼야겠지만, 시추선 제작경험이 거의 없던 삼호중공업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원가를 투입하며 큰 규모의 적자를 보면서 인도 취소문제가 불거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시추선에 대한 손실을 지난해 실적에 미리 반영했지만, 인도일이 가까워지면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