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 속 그룹 내 입지마저 약화
성동조선 경영 떠 안는 부담까지 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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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1위를 자부했던 국내 조선업계가 위기에 빠지는 데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살 깎아먹기'식의 수주경쟁으로 내몰린 결과다. 관련업계에선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조선산업에 대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외 조선업 전반, 그리고 개별 기업들의 현황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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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국내 조선업계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그 중에서도 삼성중공업은 안팎에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황 불황이라는 공통 분모 외에도 그룹 내에서의 입지 약화, 그리고 성동조선 경영협력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모양새다.
삼성중공업은 인력구조조정과 자산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2분기 1조50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다.
지난달 개최된 워크샵에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임원들이 경영에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인원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조선소 인근 사원아파트와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장 등 조선 및 해양과 직결되지 않는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이런 노력에도 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의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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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후 조선업 불황에 맞서 해양플랜트, 드릴쉽 등의 고부가 선종에 집중했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이것이 독(毒)이 됐다. 삼성중공업의 전체 수주잔고 중 67%가 해양플랜트에 치중돼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와 조선의 비중이 5대 5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양플랜트 리스크가 더 크다. 유가가 오르기 전까지 관련 발주는 줄어들 전망이다.
업황 불황이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라면 그룹 내 입지 변화는 삼성중공업에 더 큰 고민거리다. 그룹의 든든한 지원 의지만 있다면 업황 불황 이후를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선, 건설 등 중공업 관련 사업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
삼성그룹이 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그룹 내 주력과 비주력 사업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조선업이 비주력으로 분류되면서 삼성그룹이 언제까지 이 사업을 지속할 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아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량의 반대매수청구가 들어오면서 무산됐다. 이후 시장에선 이들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직 그룹차원의 움직임은 없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대외환경에서 그룹의 지원의지마저 약화될 수 있는 점이 삼성중공업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성동조선이라는 짐을 더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 경영협력 협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최장 7년의 기간 동안 성동조선의 영업, 구매, 생산, 기술 부문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중공업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평가다. 서로 겹치는 선종이 없다 보니 시너지가 날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직접 나서 삼성중공업에 부담이지만 성동조선을 도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을 위탁경영 후 인수한 사례를 떠올리면 경영협력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선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인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활황일 때야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성동조선 위탁경영이 득이 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선 오히려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며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 그룹 내 위상 약화, 정부의 등 떠밀기로 현재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안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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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0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