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대비 인건비 두배…인력감축 '벽' 높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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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1위를 자부했던 국내 조선업계가 위기에 빠지는 데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살 깎아먹기'식의 수주경쟁으로 내몰린 결과다. 관련업계에선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조선산업에 대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외 조선업 전반, 그리고 개별 기업들의 현황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봤다.
대형조선사들의 다운사이징(규모축소) 필요성이 부상한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들도 이 같은 요구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서 최근 제기한 방안 중 하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하 삼호중공업) 간의 합병이다.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현대중공업의 입장과 달리 업계에선 양 사 합병을 통해 그룹 내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합병에 따른 인력감축을 성사시키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 위기는 넘겼지만…조선 3사 '덩치' 줄여야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에 집중했다. 글로벌 조선시장 호황기 때 비대해진 사업부를 축소하고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은 일단 위기에선 벗어났다는 평가가 있지만 한편에선 안심하긴 이르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손실이 남아있고 육상플랜트 프로젝트는 초기단계라 손실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 간의 합병은 위기의 불씨를 미리 끄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룹 내 조선 3사 중 주력선종이 겹치는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이 합병하면 그룹 내 조선부문 공급과잉을 축소할 수 있다.
제조업계의 최대 화두인 원가관리 차원에서도 양 사간 합병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올해 반기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직원 수는 3만4737명에 이른다. 삼성중공업(1만4111명)과 대우조선해양(1만3668명)에 비해 2~3배 많다.
현대중공업은 "회사의 원가경쟁력이 다른 대형조선사 대비 20~30%가량 낮다"라며 "때문에 현재 최우선 과제도 구조조정으로 축소된 사업부를 안착시켜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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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가능해져
현대중공업의 의무과제는 아니지만 양 사간 합병으로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가능해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94.9%)→삼호중공업(43.5%)→현대미포조선(8.0%)→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있다.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이 합병하면 합병법인이 현대미포조선 지분 44%를,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 지분 8%를 갖는 상호출자로, 최종적으로 현대미포조선 지분 8%를 떼어내면 그 고리가 해소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장사끼리(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합병하기엔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상장사인 삼호중공업을 합병하는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 추가적 인력감축 '무리'·서남권 지역경제도 고려대상
다만 합병에 따른 인력감축이 새로운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년 간 이미 15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더 이상의 대규모 인력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목포 시(市)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은 목포시의 유일한 대기업으로서 서남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 사 조선소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삼호중공업은 목포에 조선소를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 분리된 두 조선소를 운영하기 위해선 각각의 도크에서 건조할 물량을 항상 확보해야 한다. 또 다시 저가수주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양자택일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도크를 3개월만 비워도 전체 인력의 60~70%에 해당하는 협력업체 중 일부가 도산할 수 있다"라며 "이는 더 좋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숙련공을 놓치게 됨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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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0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