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망치고 있나
입력 2015.09.21 07:08|수정 2015.09.22 09:29
    IB업계 "KTB PE,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성공스토리 집착"
    3100억원 투자해, 1년 여만에 4000억원대 매각하면 '성공' 투자
    "KTB PE "대박 꿈 좇는다" 비난 고조
    경영권 확보후 KTB PE, 매각에만 집중…기업가치 제고 외면
    "새 주인 잘 찾아주는 것도 사모펀드 역할…임직원 고용 생각해야"
    • 동부익스프레스를 통해 부활의 전기 또는 성공스토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KTB PE의 숨겨진 의도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난항으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업의 본질가치에 대한 하락 우려는 외면한 채 고가 매각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각이 시작되자 투자은행(IB)들은 곧바로 KTB PE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LG실트론 투자 회수 부진, 전진중공업 매각 지연 등 그간의 투자 실패 이미지를 만회하려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복수의 IB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박제용 KTB PE 부회장은 2013년에 합류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부터 관여했다"며 "성공적인 매각을 통해 KTB PE에 대한 시장의 시선을 반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의 트랙레코드까지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 인수전을 이끌어 왔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직접 원매자를 만나 일정 가격 이상을 제시해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보이지 않게 동부익스프레스 매각가에 대한 기대를 키운 역할을 하기도 했다. 때마침 M&A시장에서는 잇따른 물류회사 매물이 나오고 인기가 치솟으며 거래 분위기를 돋웠다. 한 때 동부익스프레스 매각가는 1조원까지 호가됐다.

      그러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진행될수록 매각 측과 원매자간의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차가 점점 커졌다. 막상 뚜껑(본입찰)을 열어보니 5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본입찰 적격 후보에 오른 7곳 가운데 현대백화점 단 1곳만 본입찰에 참여해 경쟁구도조차 성립되지 않았다.

      원매자들은 실사를 하면 할수록 기업가치 하락 요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동부그룹의 매출 의존도가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사 결과 50%에 달했다. 영업이익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동부인천항만은 정부의 최소수입보장(MRG)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KTB PE가 원했던 7000억원은 어림없는 숫자라고 설명했다.

      실사 과정에서 동부익스프레스 경영진들의 위로금 요구와 특정 사모펀드의 인수 추진에 대한 거부도 논란이 됐다.

      그 결과 주요 인수 후보 대부분이 인수전 참여를 접었다. 단독 응찰한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은 4000억원대 후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 KTB PE 측은 입찰 결과에 당황했다. 박 부회장은 본입찰 직후 현대백화점이 제출한 서류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해외 투자자를 데리고 오겠다며 곧바로 중국으로 날아갔다. 경쟁 후보를 초청해 더 높은 가격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다.

      IB업계 관계자들은 "동부익스프레스를 높은 가격에 매각해 KTB PE를 살리고자 하는 박 부회장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기업가치라는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며 "욕심이 지나치다는 IB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박 부회장이 '대박의 꿈'을 좇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동부익스프레스의 영업 현황과 미래 가치 등을 감안했을 때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인수 조건이 KTB PE-큐캐피탈 컨소시엄(이하 KTB PE 펀드)이 실망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충분히 수익이 난다는 의미다.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구체적인 인수조건까지는 확인이 되고 있지 않으나 복수의 거래 관계자들은 "현대백화점의 제안가격과 조건을 감안하면 KTB PE 펀드는 투자한 지 1년여만에 IRR(내부수익률) 기준 30% 이상의 수익이 난다"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3100억원에 인수해 1년만에 4000억원대에 매각한다고 하면 펀드 투자자(LP) 입장에서는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이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2014년 거래 당시 동부그룹은 콜옵션을 확보했는데 이 가치를 1000억원 정도로 봤다. 당시 동부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는 4000억원 초반 정도였다.

      현재 동부익스프레스는 주거래처인 동부제철의 워크아웃과 영업축소, 동부메탈 경영사정 악화, 동부팜한농의 계열분리 등으로 향후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거래 가격에 경영권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실질 기업가치는 지난해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KTB PE 펀드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을 인수한 이후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면 이 같은 수익은 “거저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시각도 있다. 동부그룹의 견제가 있었다고 했지만 사모펀드로서 정상적인 투자 활동 등은 미미했다.

      KTB PE펀드가 동부익스프레스에 대해 결정한 주요 사항은 '매각결정'과 '매각준비' 정도였다. 동부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신청으로 매각권리를 확보한 KTB PE펀드는 지난 3월 이사진 교체를 단행하고, 5월에는 산업은행과 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밟아왔다. KTB PE펀드 내에서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힘을 얻진 못했다.

      실제 동부익스프레스의 영업거래선을 넓히거나 경영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한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투자 1년여 만에 별다른 노력 없이 이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건이 있을까 하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이번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은 과거 동부건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동부익스프레스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재무상황에 경고등이 켜진 동부건설은 2012년 지분 49.99%를 재무적투자자(가이아디벡스제일차)에 매각해 1500억원을 확보했다. 형편이 더 악화되자 동부건설은 2103년부터 지분 전부를 매각을 추진했고 2014년에 KTB PE펀드로 팔렸다. 그 사이 동부익스프레스는 국내 3위 물류업체라는 타이틀만 유지했을 뿐 성장은 정체됐다. 임직원들은 수년째 임금동결을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물류회사 확보에 열을 올렸다. 베어링PEA가 투자한 로젠텍배에도 관심을 보였다. 동부익스프레스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찾던 기업에 가까웠다.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와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인수 의지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결정은 KTB PE의 몫이다. 중국에서 원매자를 데려와 경쟁구도를 만들어 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 다만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비슷하기에 그간 인수후보들이 평가한 기업가치와 큰 차이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