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 앉더라도 양측의 거래 가격 격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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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입찰 이후 시장의 시선은 현대백화점으로 쏠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은 유일한 후보로 매각 향방에 열쇠를 쥐게 됐다. 인수 의지를 거둬들이면 거래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잔존한다 해도 '가격 협상'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홈쇼핑과 컨소시엄을 맺고 지난 16일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입찰 후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KTB PE 등 매각 측으로부터 앞으로의 진행 일정에 공식적인 대응은 없었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미 입찰에 들어간 상황이고 10월 초에 입찰 결과 발표라고 하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CJ와 신세계가 발을 빼며 KTB PE 컨소시엄에 불리한 게임이 됐다. 현대백화점이 인수 철회를 선언하면 거래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매각 측으로서는 현대백화점을 놓칠 수 없다.
KTB PE 측이 먼저 거래를 멈추기도 난감하다. 현대백화점그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마땅한 명분도 마련해야 한다. 현대백화점이 입찰 때 제시한 약 4700억원의 금액은 터무니 없는 가격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TB PE 인수 가격도 3100억원이었고 인수 이후 기업가치에 큰 변화도 없었다.
해외 투자자를 새로 물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KTB PE 측은 입찰 직후 경쟁 후보를 초청해 더 높은 가격을 받아낼 의도로 중국 후보자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후보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매물을 해외 투자자가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매각자가 거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고 전했다.
펀드 출자자(LP)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현대백화점이 제안한 가격과 조건을 감안하면 KTB PE 컨소시엄은 인수 1년여 만에 내부수익률(IRR) 기준 30% 이상의 수익이 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를 미룬다고 해서 더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란 보장도 없다.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되면 매물 가치에는 그만큼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KTB 컨소시엄이 원하는 결론을 얻기 힘들다. 현대백화점은 인수 가격을 올려줄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 초반부터 매각 측은 경매호가입찰은 없다고 했고 현대백화점도 이를 고려해 인수 의지를 최대한 가격에 반영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가 절박한 상황도 아니다. 신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이지만 물류 외에도 선택지는 다양하다. 현재 에버다임 인수뿐 아니라 검토 중인 M&A 거래가 많다는 후문이다. 또 택배업체 인수 등으로 물류시장 진출 시도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베어링PEA가 투자한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업황이 받쳐주진 않지만 현금흐름이 양호하기 때문에 당장 이번 거래가 무산돼도 영향을 받을 것이 없다"며 "물류사는 언제든 또 인수를 시도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대백화점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도 있지만 인수가 절실하지 않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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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22일 15:5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