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산업 회계투명성 놓고 학계 vs 조선업계 입장 '팽팽'
입력 2015.09.23 07:00|수정 2015.09.23 07:00
    학계 "프로젝트별 원가·진행률 공시해야"
    업계 "발주처·경쟁사에 영업기밀 공개되면 향후 수주에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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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진행된 '수주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 관련 토론회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개선 방안을 놓고 감독기관·학계와 조선업계가 맞붙었다.

      학계에선 회계 처리방식·공시 강화 및 감사위원의 독립성 강화를 주문했다. 조선업계는 이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학계 "원가·미청구공사 공시하고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해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2일 한국공인회계사회 5층 대강당에서 '수준산업의 회계투명성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선사·건설사의 회계 처리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면서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는 관련 업계에서 200여 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발표자로 나선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은 수주산업의 진행률에 기반을 둔 수익 산정방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진행률은 건설계약의 결과를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더불어 공사설계변경 등의 사유로 공사예정원가가 증가할 경우 총예정원가에 즉시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보고 기간(분반기 포함)마다 총예정원가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시 기준의 개선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현행 회계기준에서 요구하고 있으나 실무에서 공시되고 있지 않은 공사예정원가·미청구공사의 변동 내용과 효과가 공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실장은 "진행률로 산정하는 경우 추정 총계약원가가 중요한 정보라면 그런 부분이 공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회계 투명성이 악화했다고 봤다. 분식회계와 이익조정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회계투명성이 악화했다는 의견이다. 특히 수주산업의 회계 처리방식에 대해 정 교수는 "진행기준 적용 회계 정보가 유용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도 주장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회사의 이익조정 억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회계부정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감사위원회의 명확한 징벌적 책임 부과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정 교수는 "회사의 감사위원회, 외부감사 그리고 감독기관의 네트워크 및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회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 업계 "프로젝트별 정보공개는 회사 생존의 문제"

      이러한 학계 요청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회계 담당자들은 "발주처·경쟁사에게 투입원가·진행률 등의 구체적인 영업기밀들이 공시된다면 향후에 수주하는 데 있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철 현대중공업 회계팀 부장은 "2008년 상선시장의 붕귀 이후 2011~2012년에 무리하게 진출한 해양플랜트 사업이 위기를 만들었다"라며 "그러나 최근의 이러한 위기로 투입원가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시하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청은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 원인에 대해 "투입원가·진행율 등의 정보가 발주처나 향후 발주예정사 또는 경쟁 조선사에 공개가 되면 이후의 수주가 어려워진다"라며 "특히나 프로젝트 별 정보 공시는 회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석진 삼성중공업 경영지원팀 부장 또한 "다양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회사의 의무이지만, 모든 정보가 공개됐을 때 선주가 과연 이익을 그대로 인정해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가 등의 공시보다는 부문별 매출과 영업손익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방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에 대해서는 조선사들이 외부감사를 통해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으며 감사위원들의 전문성 또한 높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