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경영권 향방 안갯속으로
입력 2015.09.24 07:00|수정 2015.09.30 09:18
    공동매각 가능성 있던 동부제철 지분 전량 처분
    인수자 없고 동부건설 지분과 매각 가능성도 낮아
    • 동부제철이 보유 중이던 동부하이텍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동부하이텍 경영권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채권단이 매각을 이끌 수 있는 지분이 줄어들었다.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동부건설이 하이텍 지분을 매각하는데 미칠 영향도 배제하기 어렵다.

      22일 동부제철은 보유 중인 동부하이텍 지분 전량(8.08%)을 이날 장 마감 후 시간외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동부제철 채권단 관계자는 “자구안의 일환으로, 채권단 공동담보를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6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10월엔 경영정상화 계획을 체결했다. 워크아웃 개시도 검토 중이다.

      동부그룹은 2013년말 마련한 3조원대 자구계획에 따라 지난해부터 동부하이텍 매각을 추진해왔다. 당시 매각 추진 대상은 ㈜동부를 비롯한 동부그룹 계열사 및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전량이었다.

    • 동부하이텍 주주의 한 축을 담당하던 동부제철이 보유 지분을 정리함에 따라 동부하이텍 매각과 경영권의 향방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직전까지만 해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동부건설 보유 지분(10.21%)을 제외하더라도 27%가량 매각이 가능했다. 그러나 동부제철이 8% 할인율을 적용하면서까지 급히 동부하이텍 지분을 블록세일로 처분함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매각을 이끌 수 있는 지분은 19%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수자가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매각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도 애매하다.

      그마나 묶어 팔 수 있는 지분은 동부건설 보유지분이다. 하지만 회생절차를 밟고 있어 공동 매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매각과 달리 공동 매각을 위한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다. 매각을 위해선 법원은 물론 산업은행 등 채권단 간의 합의와 함께 인수자의 요청도 있어야 한다.

      법원은 그러나 현재로선 동부하이텍 지분 매각 준비나, 공동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회생계획 상에도 내년 중에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연히 공동 매각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했던 동부건설도 김이 샌 상황이다.

      매각 전망도 불투명하다. 산업은행은 국정감사에 앞서 동부하이텍은 자구계획을 진행한 후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일부 지분을 덜어내며 매각이 쉽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동부하이텍은 올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대주단이 대규모 차입금의 이자율도 낮춰준 상황이라 당분간 안정적 실적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인수자를 찾기는 어렵고 현재의 불투명한 구도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난 매각을 통해 국내외 인수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데다, 동부그룹 측도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 당분간 매각 추진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