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 PEㆍ현대百,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강경론' vs '현실론'
입력 2015.09.30 07:00|수정 2015.09.30 07:00
    추석연휴 이후부터 재협상 본격화 예상
    KTB PE, 사원총회서 LP들에게 "가격 협상" 의지 밝혀
    현대백화점, "프로그레시브 딜 하면 빠지겠다"
    양측 모두 거래 내팽겨치긴 어려운 상황…'조건 조율'이 관건
    • KTB PE와 현대백화점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재협상이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시작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매각 측이 추가의견이나 요구사항 등을 현대백화점에 공식 전달하지는 않았다.

      KTB PE는 유일한 원매자인 현대백화점을 붙잡아야 하나 가격을 아쉬워 하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높은 매입가격을 피하고 현재 조건으로 인수하려 한다. 양측 입장이 강경하고, 가격-조건면에서 이견이 크다.

      재협상 초반에는 팽팽한'기싸움'이 불가피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거래조건이 맞지 않다고 선뜻 내팽겨 칠 상황이 못된다. 이 점이 향후 매각협상 진척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B "가격 올려달라" 예상  vs 현대百 "프로그레시브 딜이면 거래 안한다"

      본입찰 실시 이후 1주일이 지난 23일. 동부익스프레스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GP)와 출자자(LP )가 전부 모인 정기사원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KTB PE는 펀드 투자자(LP)들에게 "현대백화점의 단독입찰이 맞으며 비밀유지를 위해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 등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KTB PE는 "중국계 후보 초청을 위해 이야기 중이고 가능한 경쟁을 붙여보려 한다"며 "빨리 진행하겠지만 의사결정권은 운용사(GP)에게 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는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상의 추가적인 설명은 없었다는 후문.

      어쨌든 좀더 강력하게 인수가격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비춰지고 있다.

      동시에 KTB PE는 조만간 '가격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매각주관사 등에 동부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가 6000억원 이상임을 주장할 논리를 준비시키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KTB PE 입장에서는 아무리 원매자가 현대백화점 1곳 밖에 없다고 해도 처음부터 덜컥 인수조건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매각차익 극대화'라는 실리는 물론이거니와, "최대한 매각가격을 높이려고 노력했다"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가격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이런 움직임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은 본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약 4700억원)도 충분히 높은 수준이란 기존 입장 그대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부그룹 매출 의존도가 무려 50%에 달하고 영업이익 절반을 담당하는 동부인천항만의 이익도 최소수입보장(MRG)에 근거하는 등 실사결과 가격하락 요인이 너무 많았으며 6000~7000억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 그대로다.

      게다가 현대백화점은 현재 협상 테이블상에서는 '우위'에 서 있다. 매각자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이유가 없다.

      이러다보니 현대백화점은 "KTB PE가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로 거래를 이끌 경우 거래를 중단하겠다"라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인 인수가격과 조건은 새로 제안하는 것이 아닌, 본입찰에서 제안한 가격을 근거로 마크업(Mark up)을 통해 조율하자는 방침인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에서도 최종 후보 결정시 가격 흥정이 아닌, 본계약 조건으로 판가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던터라 가격을 더 경합시킬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경쟁자도 없는데 현대백화점이 KTB PE의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재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단기간에 합의점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KTB는 이번에 못팔면 '부담' + 현대백화점은 이번에 못 사면 '불확실성'

      다만 양측 모두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맞이하게 될 '부담'이나 '불확실성'이 문제다.

      KTB PE는 지난 16일 본입찰에 CJ대한통운, 신세계 혹은 다른 후보를 어떤 식으로든 '모셔' 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인수조건 또는 가격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참여라도 시켰다면 추후 어떤 식으로든 '경쟁'을 붙일 여건이 조성됐다.

      그러나 이 점에 실패하며 지금과 같은 불안한 상황을 맞이했다.

      남아 있는 선택지는 '현대백화점에 매각하느냐, 아니면 거래를 유찰시키느냐' 두 가지. 그게 아니면 중국 등에서 구체적인 해외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하지만 수개월간 나타나지 않은 해외 원매자를 며칠새 무대에 등장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니 KTB PE가 가격인상을 요구한다고 해도 현대백화점이 협상테이블을 박차면서 딜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주문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물론 '배수진'을 치는 전략도 있다. 이른바 "현대백화점이 만족할 조건을 다시 제시하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추후 매각을 다시 진행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통상 M&A업계에서 한번 유찰되거나 실패한 매물은 나중에 다시 입찰을 붙여도 과거보다 높은 가격을 받은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유찰과 재매각이란 결정을 내린다면 두 가지 부담이 추가된다. 첫째는 동부익스프레스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더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재매각에서 결정된 가격이 반드시 현대백화점 제안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집부리다 현대백화점에 매각할 기회를 놓친 것 뿐만 아니라, 투자기한이 더 늘어나면서 펀드(PEF) 내부수익률(IRR)은 더 떨어지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다. 의사결정에서 운용사의 판단미스와 책임론이 거론될 상황이다. 펀드 투자자(LP)들이 "3100억원에 인수해 2년도 안되어 IRR 30%를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왜 포기했는가"라고 따져물으면 거래에 직접 관여한 당사자들이 내놓을 있는 답이 많지 않다.

      현대백화점도 협상력에서는 우위에 서 있지만 "조건이 안맞으면 포기하겠다"고 강경론만을 펼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동부익스프레스의 중장기 매출예상과 수익성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다. 그러나 단순히 '택배회사'가 아닌, 물류센터와 항만등을 보유한 '종합물류회사'로는 거의 마지막 남은 매물이란 점에는 컨센서스가 남아 있다.

      중장기적으로 물류부문 확대가 필수라면 향후 시너지에 대한 이견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사야할 매물이란 의미다.

      극단적으로 현대백화점이 이번 거래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고 KTB PE가 재매각을 한다면? 재매각이 흥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재매각에서 현대백화점이 '승기'를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에 불참한 CJ나 신세계가 판단을 달리해 공격적으로 나온다든가, 정말 해외후보를 데려올 가능성도 100% 배제하긴 어렵다. 지금보다 가격조건이 낮아진다고 해도 그 가격에 현대백화점이 반드시 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만 가질 수도 없다.

      결국 이번 매각은 KTB PE-현대백화점 의사 결정권자들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의견조율'에 나서느냐에 따라 성사여부, 시기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