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시장 달굴 큰 매물 많았지만 성사 불투명
홈플러스 매각에 시장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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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 대형 거래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지만 성사가 지연되면서 열기가 급랭했다. 홈플러스 매각을 제외하면 시장 기대치와 주목도는 떨어졌다.
씨앤앰과 HK저축은행은 연초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 결론을 못 내고 있고 대우로지스틱스와 동부익스프레스는 매각 시기가 겹치며 '물류사 대전(大戰)'이 점쳐졌으나 주요 후보들이 이탈하며 힘이 빠졌다. OCI머티리얼즈 매각은 중단됐고 동부팜한농 거래도 잠잠하다. 우리은행과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거래도 종결까지 갈길이 멀다.
◇ 홈플러스에 밀린 씨앤앰·HK저축은행 매각
연초부터 매물로 나온 MBK파트너스의 씨앤앰과 HK저축은행은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에 전념하느라 다른 거래를 챙기기 어려운 까닭이다.
씨앤앰은 지난 5월 매각 본입찰까지 진행하며 투자회수 불씨가 살아나는 듯했다. 사업권역 분할 인수 의향을 보인 곳도 있었다. 7월 중으로 거래 방식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뚜렷하게 진행된 것은 없다.
최근 씨앤앰의 자회사 IHQ가 SK커뮤니케이션즈를 사들이면서 유력 후보였던 SK가 씨앤앰 인수를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정도다.
HK저축은행 역시 입찰만 끝낸 상태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10여곳의 후보들이 입찰에 참여했을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2006년 투자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매각이 지연된 터라 회수 기대감도 올라갔다.
올 7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J.C플라워즈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융감독원에도 우협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예정대로라면 8월 말 본계약 체결까지 마쳐야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격 협상도 개시하지 못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에 몰두하면서 HK저축은행 거래는 잠시 뒤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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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후보군 이탈, 침체된 대우로지스틱스·동부익스프레스 M&A
1조원 물류 M&A 전쟁을 예고했던 대우로지스틱스와 동부익스프레스는 인수 후보가 잇따라 나가면서 분위기가 침체됐다.
지난 5월 대우로지 매각 예비입찰에는 CJ대한통운·동원그룹·한국타이어·IMM PE 등이 들어왔다. 전략적 투자자들은 초반 인수 의지가 높았고 실사까지 원만하게 끝냈다.
그러나 본입찰 당일 매각 측은 일정을 8월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상반기 실적을 확인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매각자와 후보자가 인수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다른 점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후보들은 2000억원대 매각 금액을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매각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동부익스프레스 거래도 흥행이 불투명해졌다. 대한통운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거래고 종합물류회사의 경영권 확보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인수 후보들의 의지는 남달랐다. 거래 초반 매각 금액이 7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CJ와 동원, 한국타이어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입찰에도 발을 담갔다. 두 회사를 한꺼번에 가져와 해운·물류 포트폴리오를 두루 갖추겠다는 포석이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MBK와 한앤컴퍼니 등이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시간이 흐르며 유력 후보인 한국타이어와 동원그룹에 이어 한앤컴퍼니까지 줄줄이 발을 빼면서 상황이 급변했고 흥행 기대감도 식어갔다. 일각에서는 거래 규모가 4000억원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중단' OCI머티리얼즈·'잠잠' 동부팜한농…갈길 먼 우리銀·DICC 매각
OCI머티리얼즈와 동부팜한농은 7월 말 동시에 M&A 시장에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OCI머티리얼즈는 매각 발표 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거래를 중단했다. 동부팜한농은 잠재 후보군에 투자안내서(IM) 배포 이후 조용하다.
OCI머티리얼즈는 글로벌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세계 3위 특수가스 기업인 프락스에어(PRAXAiR)와 독일 린데(LINDE) 등이 뛰어들었다.
발목을 잡은 건 주가였다. 지난 1년 사이 회사의 주가는 4만원대에서 14만원대로 올랐고 이는 인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7월 중순 실시한 예비입찰에는 기대와 달리 인수자들의 저조한 참여로 거래는 일시 중단됐다.
동부팜한농 역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새다. 매각 측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을 주요 후보군으로 두고 8월 말 예비입찰을 염두에 뒀다. 그 사이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문제에 휩싸였고 한화그룹은 삼성과의 빅 딜(Big Deal) 이후 대형 거래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남은 후보군이 PEF들과 LG화학 정도로 좁혀지면서 거래 활기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수년째 끌어온 우리은행 민영화 역시 지지부진하다. 정부 보유 지분을 과점주주에 분할매각하는 방안도 꺼내 들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은행업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상태고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외부 투자자가 진입하기도 쉽지 않다.
IMM PE와 미래에셋PE 등이 주도하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매각도 장기전이다. 최근 3곳의 후보로부터 인수의향을 접수했지만 실사 자료를 작성하는데 두산그룹의 협조가 필요한 탓에 거래가 신속하게 진행되긴 어렵다는 평가다. 또 두산인프라코어의 우선매수권 행사 절차도 거쳐야 해 인수 후보 윤곽이 나오려면 한두 달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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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