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매각 대금 관심…칸서스·신세계 등 함께 인수 참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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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진통을 거치고 거쳐 마침내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됐다. 자금을 조달해 채권단에게 쥐어주면 6년만에 다시 그룹의 주인이 된다.
다만 박 회장이 7228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아직 안갯 속이다. 박 회장에게로의 매각을 동의한 채권단도 박 회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1달 후인 10월말까지 '법적으로 문제 없고 주채권은행(KDB산업은행)을 만족시킬수 있는 조달 계획을 내놓느냐'가 첫 고비다.
박 회장이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3년 전 사재를 출연하는 대가로 우선매수권을 받았다. 현재 박 회장의 가용 재산은 금호산업 지분 9.92%(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포함)이 거의 전부일 거란 분석이다.
◇ 금호산업 지분만으로는 3000억원이 한계
이 지분은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의 담보 계약이 해지됐다. 이 지분을 은행에 맡기고 돈을 융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가증권시장 대형법인의 지분인 경우, 시가의 최대 60%까지 담보 대출이 가능하다. 현재 박 회장 지분의 시장가치는 약 640억여원. 조달 가능 금액은 360억여원 정도다.
인수 대상 지분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동원할 수도 있다. 현재 박 회장의 자금 조달은 NH농협금융그룹에서 맡고 있다. 채권단은 인수금융을 통해 박 회장이 2000억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호산업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은 여기까지다. 박 회장은 나머지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다른 방도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받는 게 금호터미널에 유입될 3900억원의 현금이다. 금호터미널은 지난 6월 IBK-케이스톤사모펀드로부터 금호고속 지분 100%를 4150억원에 매입했다. 이 자금의 출처는 대부분 지난 2013년 광주신세계 건물을 신세계에 장기 임대하며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분석된다.
◇ 금호고속 매각 자금 직접 쓸 수 없어…칸서스와 동맹 가능성
금호터미널은 매입 직후 칸서스파트너스가 구성한 사모펀드에 지분 재매각을 추진해왔다. 현금 확보를 위한 차원이다. 칸서스는 지난달 펀드(칸서스KHB) 구성을 완료하고 금호산업 인수계약이 체결되기를 기다려왔다. 산업은행에서 SPA 체결 전 금호산업의 증손자회사인 금호고속 재매각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던 까닭이다.
문제는 박 회장이 금호터미널에 유입될 이 자금을 금호산업 인수에 곧바로 쓸 수 없다는 점이다. 금호터미널은 금호산업의 손자회사다. 금호산업 인수 주체로 금호터미널이 나서면 신규 순환출자가 만들어진다.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할 기업결합심사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금호그룹에서도 이 자금과 금호산업 인수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계속 이 자금을 활용할 거란 예상이 나오는 건 재무 여력이 풍족하지 않은 박 회장이 거의 대부분의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탈출구인 까닭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체적이진 않지만 금호고속 인수로 박 회장과 준 동맹관계가 된 칸서스가 금호산업 인수의 백기사로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칸서스가 인수한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박 회장과 함께 인수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박 회장 "SI 있다"…신세계 등 언급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을 다시 경영하게 될 박 회장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전략적 투자자(SI)가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신세계를 매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세계, 대한통운을 인수해간 CJ그룹 등이 거론된다. 박 회장의 동생이 부회장으로 있는 대상홀딩스와 금호타이어와 제휴관계인 일본 요코하마고무도 명단에 빠지지 않는다.
박 회장은 SPA 체결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현재 도움을 주는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있다"며 SI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계약상 박 회장은 '자신이 지정하는 자'와 함께 우선매수권을 행사, 금호산업을 인수할 수 있다. '금호산업 계열사는 안된다'는 전제조건만 충족시킨다면 박 회장이 상당한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자금 조달에 큰 문제는 없고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는만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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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2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