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社 유암코에 교차하는 기대와 우려
입력 2015.10.05 07:00|수정 2015.10.06 18:52
    채권단 주도에서 민간 참여로 다변화 기대
    “구조조정 실효성 의문…기존 체제 회귀할 것”
    •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역할을 더하게 된 연합자산관리(유암코·UAMCO)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채권 금융회사 위주의 구조조정에 변화를 주는 효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결국은 기존 체제에 묶여 구조조정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이하 전문회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유암코를 확대 개편해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 혼선 줄여 신속한 구조조정…민간 참여 촉매 역할 기대

      비판이 많았지만 금융위원회의 이번 입장 선회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맡을 역할이 같다면 회사 신설로 인한 혼선을 겪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정관상 사업목적에 ‘기업구조조정업무’도 포함돼 있고, 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구조조정을 진행한 경험도 없지는 않다.

    •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출자 작업을 거치는 것보다 기존 회사 활용이 더 수월하다”며 “한시 조직인 유암코를 상시 조직으로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한계기업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선 유암코를 활용하는 편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구주인수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유암코 주주로 참여하게 된다. 전문회사 신설에 난색을 표해왔던 기존 주주은행들은 추가 출자 부담이 줄어든 점을 반긴다. 전문회사가 수년에 걸쳐 3조원(출자 1조원·대출 2조원)을 모은다는 계획이었지만 유암코는 이미 5000억원가량 출자돼 있고, 회사채 등 자금 조달도 열려 있다. 구조조정 초기 투자(여신규모 1000억원 내외 기업)엔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채권 금융기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환경에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도 있다. 규모 면에선 기존 구조조정 체제를 따를 수 없더라도, 은행과 유암코가 각각의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체제를 꾸릴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구조조정 업무를 한 단계 떨어져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암코라는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수단을 통한 실험적 시도를 한다는 의의가 있다”며 “구조조정 성과를 낼 경우 민간의 참여를 늘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간 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출발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관(官)과 금융회사 주도의 구조조정은 여러 변수에 노출돼 있다”며 “경제 논리를 따르는 민간 구조조정 기구가 효율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 “구조조정 능력 의문, 결국 기존 체제 회귀할 것”

      그러나 실효성과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새로운 구조조정 기구로서의 역할은 물론, 민간의 참여 가능성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제부터 유암코는 단순히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한계기업의 정리 및 회생 등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한다. 조직 신설 및 인력 확충을 꾀하고는 있지만, 역량에 대한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수행 사례로 꼽은 ‘세하’ 역시 결실을 맺었다고 보기엔 이르다. 채권은행의 부실을 떨어냈을 뿐, 기업 자체의 체질 개선이나 실적 향상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전문회사 신설을 추진한 배경엔 채권단 간 갈등으로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시중은행들의 위험 회피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부담이 늘어난 면도 있다. 유암코가 금융회사 간 협의체 역할을 맡을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많다. 유암코의 구조조정에도 주주은행들의 이해타산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 유암코는 산하에 사모펀드(PEF)를 설립하고 민간 운용사를 초빙하는 형태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취지대로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모형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돈이 된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잘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구조조정이 급하더라도 돈이 안 되는 자산은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은행들이 유능한 민간 운용사를 유인할 당근과 권한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암코의 구조조정 기능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자체 투자심의 및 자문 기구를 갖출 예정이던 전문회사에 비하면 독립성도 떨어진다. 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참여로 정부의 영향력은 간접적이나마 더 강해질 전망이다. 전문회사 신설 계획이 한 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백지화되며 정부의 진정성과 신뢰도도 훼손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열린 귀’를 갖고 있다지만 정책의 지속성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 관계자는 “유암코는 여신평가나 관리 능력이 기존 은행들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기존은행에 기댄 구조조정 체제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유암코에 구조조정 기능을 더한다 한들 더 새롭거나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정부의 ’치적 쌓기’ 사업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