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현금 쌓인 삼성전자…투자자 배당 확대 요구 '봇물'
입력 2015.10.08 07:00|수정 2015.10.14 17:40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현금성 자산 규모 62조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EBITDA 증가율 '마이너스'로 돌아서
    외국인 투자자 배당확대 요구 점점 거세져
    •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았다.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회사가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금만 쌓고 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가속화와 더불어 배당 확대 요구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62조원에 이른다. 10년 전과 비교해 50조원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현금성 자산의 급격한 증가에는 스마트폰이 효자 노릇을 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한 2010년 현금성 자산은 22조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매년 10조원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 60조원을 돌파했다.

    • 삼성전자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감소추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부채비율은 33%다. 2005년 78%였던 부채비율은 매년 감소해 올해에는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입금 의존도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10년 사이 20% 이상이었던 차입금 의존도는 올해 상반기 기준 4.9%로 낮아졌다.

      시설투자(CAPEX) 규모는 2010년 이후 22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9년 시설투자 규모가 8조원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다음해부터는 꾸준히 20조원가량을 CAPEX에 쏟고 있다.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해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문제는 성장성 둔화마저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2006년 이후 매번 증가하던 매출액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양강 체제를 이루던 2012년 22%에 육박하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했다. 회사의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증가율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곳간은 풍족해졌으나, 벌어들이는 현금은 예년에 비해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 투자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10조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보이지만, 배당금은 2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기관투자자는 “매년 쌓이는 현금만 10조원이다”라며 “회사의 성장성은 둔화하고, 시설투자 규모가 증가하지 않음에도 눈에 띄는 배당확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투자자들의 이런 요구를 수용해 배당을 늘리고 있다. 2012년 1조2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2013년과 2014년 2조원 이상으로 늘렸다. 배당성향도 5.2%에서 지난해 12.5%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주주들 사이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말들이 나온다.

    • 삼성전자 연도별 배당 추이

      글로벌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애플의 배당성향은 27.9%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배당성향은 42%, IBM과 HP는 각각 27.3%, 37.52%다. 최근에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만의 TSMC의 배당성향은 40%가 넘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10만원 선으로 연중 최저치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 51%를 유지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달 들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 중순 홍콩에서 열린 CLSA증권 주관 투자자 포럼의 관심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 쏠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삼성전자 IR담당 실무진과 책임자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정책 중에서 자사주 매입을 먼저 꺼낼 수 있다"며 "배당 확대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주주들의 이런 요구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할 배당정책과 투자계획도 없이 현금만 쌓아놓는 삼성전자의 재무 전략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현금을 쌓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60조원이나 되는 현금을 쌓아 놓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센터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렇다 할 대규모 투자계획이 없다면 이제는 배당을 적정 수준으로 풀어야 할 때라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의 의견에 대해 삼성전자는 미래 신사업 발굴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성장하지 않는 회사라는 견해가 있지만 자체적으로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등 신사업 발굴에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