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분쟁 장기화로 기업가치 훼손 우려" 반응
-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제의 난' 2차전이 시작됐다. 롯데가(家) 장남 신동주 전(前)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8일 침묵을 깨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하 경영진과의 '소송전'을 선포했다. 시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란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경영권 분쟁 재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8월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이후 최근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주주총회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제시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신동빈 회장·이사회 측이 임명한 사사키 토모코씨(氏)가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의한 방침의 확인' 건이 승인됐다. 주주총회 이후 '신동빈 원톱체제'가 공식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다가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진 지 두 달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동주 前 부회장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동주 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며 "이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신동주 前 부회장이 한일 양국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 씨가 참여해 사과문을 읽었다.
또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현 SDJ코퍼레이션 고문)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 고문은 이번 신 전 부회장에 자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법무법인 두우 대표 조문현 변호사, 법무법인 양헌 대표 김수창 변호사 등이 신 전 부회장 측과 함께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기자회견 중 동생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묻는 질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중국 진출 사업에서 상당한 적자를 보고, (이러한 적자가) 한국 계열사에 영향을 주는 등 경영 능력이 없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시장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상당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 전 부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롯데그룹 지배구도 최 상단에 있는 광윤사 지분 50%, 국내 롯데그룹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지분 36.6%를 확보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보유한 두 회사 지분율은 각각 38.8%, 29.1% 수준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며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약 28%만 보유하고 있어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형제의 난'을 바라보는 투자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됨으로써 각 기업들의 기업가치·그룹 이미지·향후 사업에 미칠 영향 등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연말에 면세점 2곳 특허권 재획득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실패한다면 그룹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호텔롯데 상장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대될 수 있다"며 "그룹 평판·이미지 악화가 계열사 전반의 실적감소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0월 08일 16:3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