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우승후보’ 한국타이어…뒤에선 승계 고민
입력 2015.10.13 07:01|수정 2015.10.13 07:01
    한국타이어 그룹 ②
    지주사 전환後 형제 지분 동등...최근 변화 조짐 보여
    한국타이어에 쏠린 구조...M&A로 그룹 규모 키워야
    • [편집자주]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M&A를 위한 상시 전략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은행(IB)들과 협업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M&A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에 성공한 기업 혹은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국내 대기업의 M&A 사례와 전략, 통합 과정,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한국타이어가 M&A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이다. 2012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 주력 업무로 신사업과 M&A를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시장의 매물을 검토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단일업종 기업의 성장성 한계 극복 이외에도  '후계구도'가 주요 목적으로 꼽힌다.  사업능력을 인정받은 두 아들이 함께 그룹을 상속받기는 쉽지 않으니, 물려줄 사업을 만들기 위해 덩치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 조현식·조현범 형제 교차 경영에 승계 구도 주목 

      2012년 한국타이어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장남 조현식 사장(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차남 조현범 사장(한국타이어) 사장은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을 각각 19%대로 동일하게 보유했다.  조양래 회장 지분은 가장 높은 23.5%를 차지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신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를 조현식·조현범 형제에게 각각 맡기고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승계 구도에 변화를 주지 않았던 한국타이어는 최근 교차경영을 결정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한국타이어는 인사발령을 통해 조현식 사장이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을 겸임한다고 밝혔다. 또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 경영운영본부장 지위는 유지하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게 됐다.

      이번 인사 배치로 조현범 사장은 M&A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조현식 사장은 최근 수요 부진으로 악화된 한국타이어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조양래 회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승계 구도 완성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37년생인 조양래 회장은 올해 만 78세다. 이제는 후계구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고민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쪼갤 수 없어 키워야 하는’ 한국타이어…”비타이어 계열 키우겠다”

      다만 당장 승계구도를 결정하기엔 한국타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최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M&A도 한국타이어에 쏠려 있는 사업 비중 완화가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핵심은 여전히 한국타이어다. 자본규모도 한국타이어가 월등히 높고 영업이익도 우세하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자본금은 3조4000억원으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보다 1조원가량 많다. 지주사가 자회사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수익에서 한국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93%수준이다.

    • 한 쪽으로 그룹 구조가 쏠린 탓에 형제의 분리 경영을 결정할 경우 비타이어 계열사의 규모를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타이어 계열사는 축전지를 제조하는 아트라스비엑스, 컴퓨터시스템설계 업체 엠프론티어가 대표적이다. 아트라스비엑스의 자본금은 약 4000억원, 엠프론티어는 2000억원 수준으로 한국타이어에 비하면 영세한 규모다. 그래서 비타이어 부문 확장을 위해 신사업 M&A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렌탈과 동부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KT렌탈 인수전 당시 비타이어 계열사의 비중을 높여 승계 작업을 시도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당시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비스테온을 인수하고, 월드와이드는 KT렌탈을 인수하면 후계 구도가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룹이 실사까지 참여했던 동부익스프레스 역시 비타이어계열 확장을 위한 인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이어 사업과 시너지가 난다고 해도 물류해운업은 한국타이어가 한 번도 영위한 적이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동부익스프레스가 매물로 처음 나왔을 때 M&A 업계 관계자는 “경영 승계를 위한 신사업 확보 목적이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도 지난 1월 비타이어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때  기업설명회를 통해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사업을 근간으로 하지만, 외연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타이어 관련 사업에 투자를 고려해왔지만 앞으로는 비유기적(inorganic)인 영역과의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반기에 참여한 인수건은 없었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은 여전히 M&A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측은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면서 “현재도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타이어 측은 승계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