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M&A 개시…LG반도체 매각 상처
2000년대, 통신업 강화·화학분야 확장…LG생활건강 가장 적극
2010년 이후 LG상사 M&A 수면 위로…LG전자는 방향성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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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M&A를 위한 상시 전략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은행(IB)들과 협업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M&A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에 성공한 기업 혹은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국내 대기업의 M&A 사례와 전략, 통합 과정,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LG그룹은 1947년 구인회 창업회장이 만든 '락희화학공업'에서 출발했다. 화장품 크림을 팔던 회사는 플라스틴 생산에 뛰어들었고 1958년 국내 최초로 전자업체 '금성사'를 설립하며 거침없는 성장을 해왔다.
그룹은 사업 기틀을 다진 뒤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다. 2000년 중반 이후부터는 계열사들이 필요에 따라 M&A를 추진했는데 여기서 LG전자와 비(非)전자 계열사 간 M&A 행보는 엇갈리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사업 전략 부재로 M&A가 자취를 감췄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지속적으로 기회를 살피고 있다. 이로 인해 전자부문은 다른 사업부문과 달리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만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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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1999년 : 럭키금성→LG…전자부문 확장과 반도체 사업 포기
럭키금성그룹은 1995년 구본무 회장의 취임에 맞춰 'LG그룹'으로 그룹명이 바뀌었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고 가전사업에 강점이 있던 LG전자를 중심으로 기술력 확보를 위한 M&A도 완료했다.
LG전자는 1995년 미국 디지털 TV 전문 업체인 '제니스(Zenith)'를 사들인다. 이는 LG전자에 의미 있는 거래로 꼽힌다.
미국 내 디지털방송 특허기술을 획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년간 LG전자의 골칫거리였다. 적자를 지속하며 기업 회생절차를 밟았고 자산 매각과 사업구조 재편이 뒤따랐고 지난 2005년이 돼서야 기술 전문 계열사로 자리를 잡고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1999년은 LG그룹에 잊을 수 없는 해다.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내며 주목을 받았지만 아끼던 반도체 사업을 정리했다.
LG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디스플레이 사업에 뛰어든다. 합작법인인 LG필립스LCD(現 LG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이는 LG가 액정표시장치(LCD) 기술력을 다지며 디스플레이 업계 선두 주자로 거듭나게 되는 발판이 됐다.
LG반도체는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 사업구조조정으로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로 합병됐다. LG그룹은 1979년 대한반도체를 새로 맞이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다. 한때 삼성전자와 어깨를 겨룰 만큼 두각을 나타냈지만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 2000~2010년 : 통신사업 그룹 한 축으로…非전자계열사 M&A 활발
2000년대 들어 LG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을 시도, ㈜LG가 통합지주사로 출범했다. 또 GS와 LS로의 계열분리에 나섰고 LG카드와 LG투자증권 매각으로 금융업에서 손을 떼면서 변화의 바람을 맞는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별로 여러 건의 M&A가 진행됐다. 새로운 회사 인수와 계열사 합병으로 통신사업이 그룹 내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 실적 악화로 과거의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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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2000년 데이콤을 사들이며 통신사업을 강화했다. 이후 2010년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사'를 합병해 지금의 LG유플러스로 재탄생 했다. 데이콤 인수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03년, LG그룹은 금융업에서 철수했다. 'LG카드 사태'를가 터지며 LG카드와 LG투자증권은 채권단에 의해 매각됐다.
LG화학은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 오히려 관련 사업과 공장들을 확보했다. 석화산업 위기로 무너진 현대석유화학이 M&A 시장에 나왔고 LG화학은 롯데와 손잡고 현대석유화학의 주인이 됐다.
2008년 코오롱으로부터 고흡수성수지(SAP) 사업부를 양수해 소재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HL그린파워를 세우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LG생활건강도 M&A를 통한 외형 늘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2010년 더페이스샵까지 가져오며 M&A에 가속도를 냈다. 지난 9년 동안 LG생활건강 산하로 들어온 회사만 14건에 달한다.
LG전자는 조용했다. 남용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오면서 M&A에 전향적 기조로 바뀌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에 관심을 두기도 했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휴대폰 사업이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진 탓이다.
◇ 2011년~현재 : 사라진 LG전자 M&A…LG상사의 적극성 부각
LG전자는 최근까지도 M&A 시장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90년대 조(兆)단위 M&A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적극성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2011년 수처리 전문 기업 대우엔텍을 제외하면 뚜렷한 M&A 성과가 없다.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사업 비전이 없다"는 시장의 비판만 거세지고 있다.
반면 그룹 메인 회사인 LG전자가 M&A에 주춤하는 사이 비(非)전자 계열사들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LG상사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그룹 오너 일가의 회사로 지배구조 및 승계 이슈가 맞물리며 추가 M&A 가능성이 꾸준이 제기된다. LG상사는 자원 및 물류 연관분야에서 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3년 STX에너지에 투자했고, 올해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를 가져오며 물류사업까지 보폭을 확대했다.
LG화학 역시 2013년 웅진케미칼 인수에 열을 올리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수처리 분리막업체인 나노H2O(NanoH2O)를 새 식구로 맞이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LG생활건강은 시야를 해외로 돌렸다. 2012년부터 2년 동안 일본 화장품 회사 긴자스테파니와 에버라이프와 역시 일본 건강기능식품회사 R&Y, 캐나다 생활용품업체 후르츠앤패션 등을 쉼 없이 인수했다.
앞으로는 LG유플러스 역시 M&A 열기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통신 사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탓에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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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8월 19일 15: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