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를 위한 M&A'…현대차그룹 완성차 수직계열화
입력 2015.10.16 07:00|수정 2015.10.16 07:00
    현대차그룹①
    모태사업 '자동차' 중심 수직계열화
    車부품·철강·금융 등 뒷받침 사업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M&A, 기대 효과 못 미쳐
    • [편집자주]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M&A를 위한 상시 전략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은행(IB)들과 협업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M&A에 성공한 기업 혹은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국내 대기업의 M&A 사례와 전략, 통합 과정,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업 인수·합병(M&A)은 '자동차' 한 단어로 설명된다. 그룹 핵심인 자동차 사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완성하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했다. 자동차를 중심에 두고 철강·부품·금융·운송 등으로 확장했다.

      이 과정에는 1999년 취임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절대적이었다. 정 회장은 1970년 현대차 서울사무소 부품담당 영업과장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서비스 사장과 현대정공(現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갤로퍼 신화'로 자동차 사업에 자신감을 쌓았고 부품 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M&A 전략과 과정은 그 결과물이었다.

      ◇기아차 인수·부품업 강화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발돋움

      현대차는 1999년 기아차를 인수하며 생산량 면에서 세계적인 완성차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한다. 정 회장이 옛 현대그룹의 자동차 관련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기아차는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태였다. 현대차는 입찰경쟁에서 대우와 삼성을 제쳤다.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1년여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완성차 업체 M&A는 기아차 외에는 없다. 현대차는 자동차 부품 및 제반 분야에 몰두했다.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부품 사업의 구심점이 됐다. 1999년 차량·공작기계사업부문 등을 현대차로 통합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재편에 나섰고 같은 해 철도차량 부문도 정리했다.

      이듬해 현대·기아차의 A/S 부품판매사업부를 양수했고 카스코(옛 기아정기)의 운전석 모듈생산공장을 샀다. 2002년에는 플랜트사업까지 현대로템으로 이관하고 이화모듈과 진영사업을 연이어 합병해 부품 중심 회사로 탈바꿈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카스코·현대오토넷·본텍·현대위아·현대오토모티브 등의 부품사 M&A를 완료했다. 카네스·케피코·위아마그나 파워트레인·현대위아 IHI 터보 등 합작법인 설립도 병행했다.

      합작사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상대방의 지분을 전량 사들여 기술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카네스(現 현대오트론)는 독일 지멘스로부터 50.01% 지분을 매입해 100%까지 늘렸다. 케피코는 2012년 독일 보쉬 보유 지분을 전량 사들이며 제휴 관계를 끝냈고 현대케피코로 사명도 바꿨다.

    • ◇철강과 금융,그룹 사업의 한 축으로 성장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를 위해 철강 분야로도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2006년 현대제철 출범을 시작으로 수직계열화를 거쳐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다른 점이다. 폭스바겐과 BMW, 도요타, 혼다 등은 모두 대형 철강회사와 협력 관계를 통해 원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1978년 인수한 전기로 업체 인천제철이 현대차그룹 철강 사업의 출발점이다. 2000년 강원산업(現 현대제철 포항공장)을 합병하고 삼미특수강(現 BNG스틸)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2004년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가져오며 고로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제철의 외형확장 기조는 꾸준하다. 2013년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분할합병했고 올해 잔존 사업부(해외스틸서비스센터·강관·자동차경량화 부문)까지 모두 흡수했다. 현대종합특수강(옛 동부특수강)과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하며 특수강 및 조선용 단조 하공정 사업까지 손을 뻗었다.

      안정적인 캡티브(Captive) 마켓이 현대제철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철강 경기가 악화했음에도 '현대·기아차'라는 든든한 수요처가 있다는 점은 현대제철의 장점으로 꼽혀왔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의 매출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계열 금융사가 직접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지난 1993년 현대그룹의 자동차·주택할부금융사업부를 분리해 현대오토파이낸스를 세웠다. 그룹 계열분리 후 현대캐피탈로 이름을 변경했다. 현대캐피탈은 2001년 다이너스카드(現 현대카드)를 사들이며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2004년 미국 GE와의 합작 관계를 맺는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을 GE캐피탈 측에 넘겼다. GE와의 협업은 대외 신인도 향상으로 자금 조달도 수월해졌고 금융기법이나 마케팅 전략을 흡수했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는 데도 일조했다.

    • 현대차그룹은 카드·캐피탈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신흥증권(現 HMC투자증권)과 녹십자생명(現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을 인수하며 금융업의 외연을 넓혔다. 완성자 수직계열화에서 한발 더 나아간 M&A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HMC투자증권은 아직까지 국내시장에서도 인지도와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인수 이후 실적은 악화일로다. 지급여력비율(RBC)을 올리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20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어야했다. 자동차 생산과 판매 선상에서 보면 추가로 인수한 금융사는 접점이 넓지 않았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부터 현재까지 진행한 대규모 M&A인 현대건설 인수와 서울 삼성동 한전본사 부지 인수는 현대차그룹이 역주행하는 M&A 사이클을 탔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