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산업 회계개정안 놓고 속앓이 깊어지는 건설·조선업계
입력 2015.10.19 08:14|수정 2015.10.20 09:03
    학계·투자금융업계 "회계 개정안 반드시 추진돼야"
    건설사·조선사 "공시의무 강화될 경우 영업에 심각한 피해"
    수주산업 업체들 정부에 대놓고 말은 못하고 속앓이만 '끙끙'
    • 수주산업 회계 개정안을 놓고 수주산업 업체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학계와 투자금융업계에선 강화된 수주산업 회계 개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난색을 보인다. 공시의무가 강화될 경우 영업에 심각한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회계업계의 자문을 받아 최근 ‘분식회계’ 논란에 빠진 수주산업의 회계감사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감사제(KAM) 도입 ▲분기마다 총공사예정원가 반영 ▲사업장별 미청구공사금액 분기별 공시 및 감사 ▲기업 내 감사위원회 기능 대폭 강화 ▲분식회계 과징금 상한선 인상 등이 개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는 과거 보다 강화된 외부 감사 및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핵심감사제가 도입될 경우 외부감사인은 감사과정의 중요 위험 사항 등을 기존의 단문형 형태인 ‘적정’, ‘비적정’에서 서술형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되는 미청구공사금액 및 총예정원가에 대한 공시의무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선안의 80% 정도가 확정됐고, 나머지 20%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며 “특히 총예정원가를 어떻게 공시하느냐를 놓고 이견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입장 차이가 갈린다. 투자금융업계에선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강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예상치 못했던 ‘어닝쇼크’에 당황해 왔던 투자자들은 회계 투명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건설, 조선업이 회계부실 사태로 신뢰성이 많이 저하됐다”라며 “신뢰성 회복 차원에서도 수주산업 회계 방식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금융위가 추진하는 개선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회계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핵심감사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회의 기능 강화가 같이 수반돼야 한다”며 “감사위원회를 회계감사위원회와 업무감사위원회로 분리해 회계감사위원회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워야 지금 개선안이 작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회계업계에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수주산업 회계를 담당한 B 회계법인 임원은 “회계기준과 내부에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라며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겠지만,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공시의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강도 및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C 회계법인 관계자는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을 위해서는 수주산업 및 회계산업의 특성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라며 “수주산업의 원가 추정의 어려움, 비용과 시간의 제약을 받는 회계 감사 시스템 등도 같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주산업을 영위하는 해당 업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개선안에 적극적으로 반박은 못 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논의 되는 안들이 실행될 경우 영업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특히 프로젝트별 원가를 공개하라는 사안에 대해 이는 수주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원가 공개 의무가 강화되면, 이는 사실상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는 꼴이다”라며 “회사는 할 말이 많지만 정부 뜻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