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미국 및 아세안 지역확장·배당에 활용 예정
인수합병(M&A)은 2~3년 이내에 구체적 그림 그릴 것
중국·면세점에 치우친 매출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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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 곳간에 현금이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화장품 외길을 걸어오며 축적된 아모레퍼시픽의 기술력이 이익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화장품 시장의 구조적 성장도 아모레퍼시픽의 수익증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불어난 현금을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대에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의 전략대로 연구개발에 중점 투자하는 동시에 미국·아세안 지역 진출, 배당확대에 현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장도 이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 3년 새 영업이익·현금성자산 각각, 20%·46% 증가…해외투자자 관심↑
2012년 7600억원대였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올해 6월말 두 배가량인 1조40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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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주가 또한 액면분할을 시행한 올 5월 이전 장중 한때 3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아모레퍼시픽은 5000원이었던 액면가를 10분 1인 5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려는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변화된 해외투자자들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2~3년 새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아모레퍼시픽에 지속해서 관심을 보였던 외국투자자들이 국내 화장품 산업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해외투자자들의 배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다만 해외투자자들은 화장품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이 우선시돼야 함을 고려해 배당보다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 연구개발에 계속 투자…M&A는 2~3년 이내 구체적 그림 그릴 것
곳간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투자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벌어들인 이익은 연구개발 부문에 중점적으로 재투자될 것"이라며 "또 배당확대와 미·아세안 지역확장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그간 행보와 맞닿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이 경영을 맡기 시작한 지난 1992년 이후 증권·패션 등 본업과 거리가 먼 모든 계열사를 정리하며 외환위기 이전에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3년 이내에는 구체적인 M&A 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인수·합병은 지양할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회사의 매출규모가 가령 (지금의 두 배인) 10조원이 됐을 때는 지금까지의 방식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재무적 상황뿐 아니라 인적역량·조직 프로세스·시스템 준비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1년 인수한 프랑스 향수업체 '아닉구딸(Annick Goutal)' 외에도 몇 건의 작은 규모의 M&A를 검토하긴 했다"라며 "그 결과 M&A보단 그간 성과가 좋았던 연구개발 위주의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 중국 현지매출 늘리되 의존도는 낮춰야
아모레퍼시픽의 현금활용은 중국과 면세점에 치우친 매출구조를 바꿔나가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성장할 여력은 여전히 크긴 하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달 7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서 화장하는 인구는 1억5000만명을 넘어 2억명에 근접했고 향후 5억명을 바라보고 있다"며 "중국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그만큼 화장품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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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반기기준 해외지역 매출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해외매출이 출렁거릴 수 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로컬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중국시장을 보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면세점 사업 또한 성장성은 크다. 과거 화장품 업체들이 방문판매를 통해 누렸던 효과의 공백을 면세점이 메우고 있다. 다만 중국 관광객 수 추이 변화에 대비한 대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보단 중국 현지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특정 지역·채널에 대한 성장 의존도가 크다는 것은 기회이자 위험요인"이라며 "그간 보수적 관점을 가져갔던 미국·아세안 지역에서 중국시장을 보완할 요인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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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0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