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비금융자회사 매각안 수면 위로…성사 가능성은 물음표
입력 2015.10.22 07:00|수정 2015.10.22 19:34
    [매각대상 산은 자회사 분석]①
    116개 대부분 '중소·벤처'…눈길 끌만한 곳 거의 없어
    대우조선해양 사태 인한 '면피용 대책'이란 지적도
    • [산업은행 비금융자회사 분석해보니…]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 강화의 일환으로 산업은행 보유 비금융자회사 매각안을 꺼내들었다. 시장에서는 성사될 유인이 없는 관 주도형 인수합병(M&A)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베스트조선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116개 비금융자회사(출자공기업 제외)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매각 가능성을 분석했다.

    • KDB산업은행 비금융자회사 매각안이 10월말 발표된다. 대상 자회사 수는 116개로 방대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매각 가치가 없거나 매각 자체가 힘든 자회사가 대부분이다. 시장에서 "금융위가 산업은행의 팔을 비트는 전시행정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이유다.

      지난 4월 금융위 주도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태스크포스(TF)가 처음 출범했을때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은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 TF는 창업·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연계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가 터지자 TF의 초점은 '산업은행의 자회사 관리 부실'로 급선회했다. 산업은행의 비금융자회사(지분 15% 이상 보유) 축소 방안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20여곳을 우선 매각 대상으로 선정해 곧바로 매각에 착수하도록 하고, 중소·벤처 지분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자회사가 매수자들이 눈독을 들일만큼 가치가 있는 기업인가 하는 것이다. 시장 상황과 매수자를 고려하지 않고 금융위 방침에 따라 매물을 내놓는데만 급급한다면 졸속 매각 우려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매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만 낭비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내놓을 자회사가 많지 않은데다 내놓는다고 팔릴지는 더 의문"이라며 "비금융자회사 수가 100개도 넘는다며 방만하다는 뉘앙스를 주지만, 모두 구조조정 및 정책자금 집행 과정에서 취득하게 된 지분"이라고 말했다.

    • 비금융자회사 대부분은 중소·벤처기업이다. 116개 중 100개에 달한다.  이중 절반이 넘는 56개 회사의 자본금이 10억원 이하다. 자산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2014년 기준) 외부감사 면제 법인만 68개다. 회계법인을 통한 공식 매출 자료조차 없는 기업을 매각 대상으로 삼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32곳의 외감법인 중에서도 연 매출이 100억원 미만인 곳이 10곳이다. 대부분 적자이거나 순이익이 불과 몇 억원 수준이다. 흑자를 내고 이익잉여금이 쌓여 투자자에 대한 배당을 실시한 회사는 32곳중 7곳이었다. 산업은행은 총 3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벤처기업 중 눈에 띄는 비금융자회사는 제일윈텍, 대두식품, 엠투아이코퍼레이션,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등 4곳 정도다. 이들은 성장 중소기업의 척도 중 하나인 코스닥 상장기준(양적기준; 매출액 300억원 이상 혹은 당기순이익 20억원)을 만족한다.

      그렇다 해도 매각에 나서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이들은 비상장사다. 현금화가 쉽지 않은만큼 매수자를 구하기가 힘들 거란 평가다. 게다가 '지분율 15% 이상'이라는 기준에 따라 분류한 '자회사'일뿐 실제로는 산업은행이 모두 2대 주주에 불과해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산업은행 비금융자회사 현황을 검토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산업은행 지분만으로는 경영권 인수가 안된다는 게 곤란한 부분"이라며 "덩치가 너무 작은 기업이 많아 인수할만한 자산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금융자회사 중 중소·벤처기업은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며 "산업은행과 매각 대상 회사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을 가지게 된 비금융자회사는 모두 16개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STX계열, 동부제철 등 비교적 덩치가 큰 기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제 정밀실사가 끝난 단계로 조 단위 자금 투입 및 재무 정상화가 먼저다.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간 동부제철은 일단 연내 매각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가 있을진 불투명하다. STX계열 4개 회사도 조선·플랜트 업황이 부진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국지엠 지분(17.02%)은 매각하려면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거란 평가다. 비토(Veto;거부)권을 가지고 있어 지엠 본사를 견제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2012년 지엠 본사가 지분 인수를 제의했지만 산업은행이 거부한 바 있다. 현대시멘트는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4000억원 규모 지급보증(파이시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기업가치로 봤을 때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비금융자회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제종합기계 정도가 남는다. 그러나 이들의 매각도 쉽지는 않을 거란 평가다.

      KAI는 지난 2012년 두 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고, 이후 매각주관사가 3년간 꾸준히 시장 수요조사를 진행했지만 당분간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위산업체 특성상 해외 기업과 사모펀드(PEF)의 참여가 어렵다는 게 고민거리다. 최근 1년새 두 배 이상 급등한 주가도 부담이다.

      국제종합기계는 동국제강계열 유니온스틸이 최대주주다. 2013년 부실로 인해 완전감자 후 출자전환으로 현재 지분 구도가 형성됐다. 경영권 지분이 아닌데다, 다른 채권단과 2016년말까지 처분 제한을 설정해둔 상태다.

      결국 금융위가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하라고 방침을 내놓는다 해도 실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인한 여론 후폭풍에 '면피용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론에 등을 떠밀려 형식에 치우친 느낌"이라며 "시장에서 받아줄만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시장의 관심도 적다"고 말했다.

      참고 : [표]산업은행 보유 비금융자회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