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기 농협은행 부행장 "NH는 공공성 강한 은행, 대형 SOC에 총력"
입력 2015.10.22 07:30|수정 2015.10.22 07:30
    "해외은행 인수 등 해외 진출 방안 고민"
    NH투자증권과 협의체 통한 협력방안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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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기 농협은행 기업투자금융본부·자금시장본부 부행장

      “농협은행이 IB(투자은행)업무를 시작한 것은 IMF사태 때 백기사로 나서면서 입니다.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IB 조직이 유명무실해 질 정도로 축소됐습니다. 4년 전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은행으로 분리되고 다시 본격적으로 IB업무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직 업무의 중심을 사업 확장보단 내실 다지기에 두고 있습니다.”

      농협은행 IB부문을 맡고 있는 윤동기<사진> 부행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윤 부행장은 국제금융, 자금운용과 기업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살림꾼이다. 올해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미래 먹거리 발굴이다.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지만, 인터뷰 내내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이라고 귀띔했다. SOC 민자사업을 통한 공공재 공급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농협의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IB사업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SOC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성이 강한 농협의 이미지에도 부합하고, 설사 사업에서 손해가 나더라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다른 투자 실패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형 딜(deal) 금융 주관에 총력을 다한다는 구상이다. 대형 딜 경험이 없으면 앞으로도 기회가 없다는 것이 확고한 그의 생각이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 농협은행은 서부간선지하도로 민간투자사업 금융주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550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산업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과 겨뤄 이뤄 낸 성과다. 윤 부행장은 “농협은행이 SOC사업에서 치고 나가자 과거에는 농협은행을 신경도 안 쓰던 산업은행 등 경쟁사들의 견제가 부쩍 심해졌다”고 전했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전문성 강화를 꼽았다. 투자금융 부문은 팀장급 이하 실무자의 30%가 회계사로 채워졌다. 전문자격 보유율도 80%에 이른다. 발전에너지팀을 신설하며 조직을 세분화했다. 조직개편 및 인력 확충을 통해 국외로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IB부문의 해외사업 진출은 안팎에서 관심이 높다. 농협중앙회 시절에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은행의 해외사업 진출 필요성을 연결하는 것이 어려웠다. 농민들로 구성된 조합원과 농협은행의 해외사업간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분리된 이후 저금리 기조 장기화 및 수익성 저하로 인해 은행의 해외진출 필요성이 대두했다.

      “과거에 해외진출할 경우 수익모델을 조합원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일본 도쿄지점은 철수했습니다. 뉴욕지점도 사업분리 되고 나서야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농협은행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나마 강점은 농업 관련 기업에 대한 재원지원, 이들 기업과의 동반 진출 및 이들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정도라는 생각입니다. 해외은행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금융지주 TF(테스크포스)에서 세부검토 중입니다.”

      인수금융 주선업무에선 중소·중견기업 딜 참여 확대를 고민 중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대형 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단 중소·중견 기업 이라도 자체 발굴한 딜이 중요하다는 것의 그의 판단이다.

      구조조정에서도 기회를 엿본다. 대기업 계열사 구조조정 딜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직접대출을 중소·벤처기업에는 재기지원 사모펀드(PEF)나 성장사다리펀드 등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에버베스트-유진 재기지원PEF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인수한 NH투자증권과 시너지 작업은 한창이다. 윤 부행장은 “증권을 포함한 농협 전 계열사의 부동산, SOC, M&A, 유동화, 국제금융 등 투자금융 전 분야 실무자가 정기 교류 중이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양적 성장보다는 상호 네트워크와 노하우(know-how)를 공유하며 협업모델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IB 부문만 본다면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은행이 증권사보다 보수적이란 점입니다.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시너지는 없지만 어떻게 양사의 사업을 조율하느냐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같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같이하고, 양보할 부분은 어떻게 양보할지 고민 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IB사업부는 금융위기 이후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골머리를 앓았다. 올해에는 특혜대출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며 농협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부행장은 세간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겠단 계획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은 부실 PF 정리다. 담보권이 확보된 부실 PF 채권은 적정가격에 매각해 최대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사업성이 우수한 시공사 PF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향후 시장 변동에 대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100% 보증하는 표준 PF·주택조합사업 등 안전자산 비중 확대 전략을 지속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