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에 대규모 지원" 여론 부담된 産銀, 지원 명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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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 지원을 '조건부'로 하기로 했다. 고강도 자구개혁은 물론, 노동조합의 희생과 동의가 있어야 4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금융 지원에 앞서 회사측의 정상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23일로 예정된 정밀실사보고서 및 금융 지원안 확정 발표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자금 집행은 회사의 자구계획안과 노조의 동의를 받은 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자금 지원을 위해선 대우조선해양이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 에프엘씨 매각(400억원대)을 진행 중이며 임원 및 근속 20년차 이상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만큼 노조도 양보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회사에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노조가 '재무 정상화 전까지 쟁의 행위와 임금 협상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하길 희망하고 있다. 최근까지 관련 내용을 조율했지만 노조는 이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의 정상화 의지 확인 전까진 4조원의 금융 지원이 보류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의 상징'이 된 대우조선해양에 국책은행이 4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데 대해 다소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연일 금융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만 '특혜 지원'를 한다는 여론도 염두에 뒀을 거란 지적이다.
실제 최근 재계에서는 한진·현대·동부 등 민간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뼈를 깎는 자구안을 요구했던 산업은행이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터지자 곧바로 대규모 자금지원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지원이 이뤄지려면 지원된 자금이 부실화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급여 인상이나 복지에 사용되지 않고 재무 및 영업 정상화에만 사용될 거라는 최소한의 명분이 필요했다. 산업은행은 그간 물 밑에서 관련 내용을 조율해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 같은 '통첩'을 대우조선해양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밀실사 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5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까지 부족한 자금은 4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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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0월 22일 14: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