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간 '적자' 예고에 주주달래기 나선 포스코
입력 2015.10.23 07:00|수정 2015.10.23 07:00
    ‘바닥 찍었다’ VS '아직 멀었다‘ 시장반응 엇갈려
    • 포스코가 사상 첫 연간실적 적자를 예고했다. 환율상승·보유자산 가치하락 등 외부변수가 악재로 작용했다. 포스코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배당정책을 내놓으며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시장은 ‘바닥을 찍었다’와 ‘근본적 대책이 없다’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을 ‘3000억원 적자’로 전망했다. 3분기에만 658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손실액이 205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도 최소 1000억원가량의 순손실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연초 투자자포럼에서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2조원으로 밝힌 바 있다.

      포스코는 분기배당 등 카드를 꺼내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중간배당(2000원)과 기말배당(6000원)에 이어 정관변경을 통해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업계 최초로 분기배당이 이뤄진다. 또한 포스코는 “그룹임원 289명이 매월 급여의 10% 이상을 그룹내 상장사 주식 매입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분기 IR에서 밝힌 ‘혁신포스코(IP) 2.0' 계획도 재천명했다. 부실 계열사 정리를 통해 국내 계열사의 50%, 해외사업의 30%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19개사, 2017년말까지 총 89개 법인을 감축하게 된다. 현재 포뉴텍, 포스하이알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사상 첫 ‘적자’가 예고된 다음날인 21일, 시장은 역설적으로 반응했다. 포스코 주가는 이날 전일대비 5.85% 상승한 19만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선 이젠 포스코가 털어낼 부실 등을 정말로 다 털어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적자가 예고됐음에도 바닥이 분명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도 많다.

      ‘철강 본원 가치제고’를 통한 실적개선 가능성이 낮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포스코는 “내년까지 매출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4분기 현재 현대자동차와 톤당 5만~10만원 수준의 차량 강판가격 인하협상도 진행 중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월드프리미엄(WP)제품 호조에 힘입어 별도기준 영업익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이로 인한 효과보다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라 상공정사로서 득을 본 점이 컸다”고 밝혔다.

      해외 적자사업장에 대한 대책도 현재로선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 3분기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중국 장가항 등 2곳의 법인에서만 각각 700억원, 377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원재료를 본사와 공동구매하고, 크라카타우포스코 생산 슬래브 물량을 국내 제철소가 받아오는 것 정도가 회사가 밝힌 대책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간 구조조정 안 중에서 현재 완료된 포스코건설 지분매각 건과 무기한 연기된 포스코에너지 상장 등이 그나마 자금규모가 컸던 것”이라며 “작은 법인들을 서로 합치고 청산하며 법인 수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실질적인 재무 개선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거의 매분기 '일회성' 대규모 비용지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3분기 신일철주금과의 소송합의금(2990억원), 2분기 포스코플랜텍 관련손실(1700억원), 지난해 투자주식 손상차손(4900억원)·세무조사 관련손실(3720억원) 등 거의 매분기 대규모 ‘일시적 영업외손실’이 발생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면 관리부실에서 오는 경상적 비용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경영·임원진 등 관리자급의 체질·관리능력 개선도 시급한 과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