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重 매각 무산되며 투자회수 기회 잡아
현대百과 시너지 전망 "좋은 주인 찾아줬다…IRR 17%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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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이후 회사가 있는 충북 진천에 자주 다녀왔다. 진천 개울가에서 소주도 많이 마셨고 회사 임직원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사업 및 매각 등 주요 사안에 대해 회사 경영진의 의견을 경청했다. 애착을 갖고 노력했던 투자라 시원섭섭하다."
신한프라이빗에쿼티(이하 신한PE)가 중장비 제조사 에버다임 투자 5년여 만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지으며 밝힌 짧은 소회다. 지난 달 신한PE와 현대그린푸드는 에버다임 지분 45%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결합신고 등 잔여 절차를 거쳐 이달 중으로 거래가 종결된다.
신한PE는 회사 인수 후 재투자로 기업가치를 끌어 올렸고 시너지를 누릴 만한 매수자까지 연결해주며 사모펀드(PEF)의 순기능을 다했다는 평가다.
◇ 배당보단 투자 선택…실적과 주가 모두 향상
신한PE가 에버다임에 투자한 것은 지난 2010년 말이다. 당시 양철우 대표 등 구주주 지분 18.56%를 200억원에 매입하고 2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회사 운영은 기존 경영진에 맡기면서 양측은 드래그·태그얼롱 조항을 맺는 경영자매수(MBO) 방식을 택했다.
회사의 수익은 배당보다 투자로 돌렸다. 에버다임이 코스닥 상장사라 매년 배당을 해왔지만 신한PE 인수 후에도 현금배당성향은 20% 수준을 유지했다. 대신 해외 시장 진출과 신규 설비확충을 적극 지원했다. 2013년에는 신한PE가 보유 중이던 한국타워크레인을 에버다임 산하로 편입시키며 타워크레인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적 상승으로 나타났다. 투자 이듬해인 2011년 말 186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작년 말 3161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대에서 200억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는 1691억원의 매출과 80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실적 순항 중이다.
주가도 반응했다. 2011년 4000원선을 맴돌던 주가는 올 들어 6000원을 상회하는 가격에 거래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달 2일에는 장중 한때 1만4350원의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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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重 매각 겹쳤지만…"IRR 17% 수익도 내고 적합한 주인도 찾아"
에버다임 매각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올해 2호펀드 만기를 앞두고 투자회수를 서둘러야 했다.
자문사 선정까지 끝냈지만 섣불리 시장에 나설 수 없었다. KTB PE가 투자한 전진중공업이 매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에버다임과 전진중공업의 생산 제품 중 CPT와 유압식드릴 등이 겹치면서 인수후보군도 중복됐다.
지난해 말 전진중공업 매각이 흐지부지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올 3월부터 에버다임 매각이 본궤도에 올랐고 현대백화점그룹을 만났다. 마침 현대백화점그룹이 건설·중장비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현대백화점 측은 거래 초반 전진중공업과 에버다임을 두고 저울질하다 에버다임을 선택했다.
에버다임이 건설기계뿐 아니라 CPT와 소방차, 락드릴 등 매출처가 다변화 돼 있고 수년간 이익 지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점이 주효했다. 회사 임직원의 관계가 원만했다는 점도 현대백화점이 높게 평가했다. 현대백화점은 과거 노조 반발에 부딪혀 위니아만도 인수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어 노조 문제에 민감해 했다는 후문이다.
에버다임과 현대그린푸드 자회사인 현대H&S의 산업용 건설기자재 공급 사업과 접점이 있다. 현대제철·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家)로 시야를 넓히면 시너지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에버다임 인수 실사 과정에서 현대차그룹과의 연관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신한PE 관계자는 "에버다임이 다음 미래를 내다보려면 큰 노선 안에 들어가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새 주인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이 적합하다"면서 "회사를 잘 끌어줄 매수자까지 찾으면서 내부적으로 '투자부터 회수까지' 긍정적인 투자 건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PE는 이번 매각으로 800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단순 계산시 투자원금(400억원)의 두 배의 수익을 냈고 내부수익률(IRR)은 16~17%로 2호 펀드 수익률뿐 아니라 향후 펀드레이징에도 힘을 보태게 됐다. 2호 펀드 만기는 내년 6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전주페이퍼 매각만을 남겨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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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0월 1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