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후보군, 태평양시멘트와 법정공방에 '우려'
본안 소송서 법원 결론 뒤집어지면 매각 향방 '모호'
인수 성공해도 법정공방에 경영권 행사 힘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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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양회 동해공장 전경(사진=쌍용양회)
시멘트업계 1위 쌍용양회공업 매각이 '우선매수권 소송'에 발목 잡혔다. '불편한 2대 주주' 태평양시멘트가 본격적인 소송을 제기하자 잠재 인수자들이 잔뜩 움츠렸다.
쌍용양회 채권단은 오는 29일 보유 지분 46.83%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다. 상반기에 진행된 시멘트업계 4위 동양시멘트 매각에는 9곳의 후보가 참여(LOI 접수 기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쌍용양회는 기업규모나 수익성 면에서 동양시멘트보다 더 매력적이지만 현재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다
◇ "태평양시멘트 소송 부담" 인수후보들 '미지근'
쌍용양회 2대 주주인 태평양시멘트(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32.36%)가 매각에 반대하며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쌍용양회 인수를 검토 중인 한 관계자는 "태평양시멘트의 소송이 이번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이러며 "다른 후보군들도 대부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난달 7일 채권단이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의 우선매수권자는 태평양시멘트라는 점에 대해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을 냈다.
채권단은 2005년 9월 결의를 통해 쌍용양회 경영권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태평양시멘트에 부여했다. 이 우선매수권은 ▲매각물량·가격·시기·기타조건은 태평양시멘트와 협의해 결정하고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매각물량 규모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태평양시멘트와 협의하여 정한다고 규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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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일단 채권단 손 들어줬지만…'본안 소송 향방 알 수 없어'
채권단은 지난 6월10일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을 실효시킨다'고 결의했다. 법원도 지금까진 채권단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김용대 부장판사)는 이달 초 태평양시멘트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판결문에서 "태평양시멘트에 부여된 우선매수권은 적법하게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이 결정이 '최종결론'은 아니다. 태평양시멘트가 제기한 우선매수권자 지위 확인 본안 소송이 남아있다. 아직 심리 기일도 잡히지 않았다. 1심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야 나올 전망이다. 3심까지 간다면 최종 결론까지 2~3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법원의 결론이 뒤집힌다면 인수자 입장에선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이 법적으로 '채권적 권리'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리 자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하지 못했을 경우 손해배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 벌어졌을때 태평양시멘트가 손해배상으로 만족할 지는 예상이 어렵다. 본안 소송의 결론이 태평양시멘트에 불리하게 나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수자가 태평양시멘트와 소송전을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매각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채권단에 대한 매각금지 소송은 물론, 인수자에게 주식매입금지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 매각 의무 없는 태평양시멘트탓 '경영권 행사 힘들수도'
쌍용양회를 인수해도 인수자는 비토(veto;거부)권에 가까운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태평양시멘트와 새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당장 경영진 선임부터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태평양시멘트가 현재 지분율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이사 파견과 경영 참여를 원한다면 이를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 채권단이 '이사 해임'이 아닌, '이사 추가 선임'으로 경영권을 확보한 배경이기도 하다.
채권단은 태평양시멘트와 적대적인 길을 걷고 있으며, 이들 사이의 주주간 계약엔 동반매각권(태그얼롱 및 드래그얼롱)이 포함돼있지 않다. 채권단 입장에선 태평양시멘트 보유 지분의 매각을 강제할 권리가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소송으로 인해 잠재 인수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은 맞다"며 "흥행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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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0월 27일 17: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