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커피클럽, 스타트업 노하우·인맥 쌓으려 '북적 북적'
입력 2015.10.29 07:00|수정 2015.11.03 14:34
    매회 스타트업 업체 1~2곳 비즈니스 모델 소개
    대학생·회사원·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 참석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스타트업 노하우 전달 통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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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열린 '테헤란로 커피 클럽' 32회 모임 현장

      지난 21일 오전 8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 사무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청바지 차림의 앳된 20대 청년부터 넥타이를 맨 중년남성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내 공간은 진한 커피 향과 100여 명의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 찼다.

      민관협력네트워크 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격주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모임인 ‘테헤란로 커피클럽’을 주최한다. 이날 테헤란로 커피클럽 모임이 32회째를 맞았다. 매번 만석을 이룰 정도로 창업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모임은 일정 성과를 거둔 스타트업 업체에 대한 소개와 참석자 간 네트워킹 시간으로 총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발표는 IT개발인력과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 위시켓과 O2O(online to offline) 기반 세탁물 배달 및 수거 어플리케이션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워시스왓이 맡았다.

      박우범 위시켓 대표는 “초기에 재능 있는 대학생과 소상공인을 연결해주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일부 상인들은 돈이 없다며 돈까스로 대금을 지불하기도 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전달했다. 이어 대금 관련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투자자 유치에 성공한 배경 등 그간 사업 노하우를 전달했다.

      연인이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워시스왓의 예상욱 대표는 “주주 간 합의서를 결혼 서약서보다 먼저 썼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예 대표는 O2O 서비스 업체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마케팅 및 고객관리를 어떻게 실행하는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후 참석자들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스무 살 때부터 창업을 해서 3번의 실패를 겪었다는 대학생, 장난감 업체에 다니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 중인 판매원,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나와 구두수선 업무에 뛰어 든 청년,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한다는 공부방 선생님 등 이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창업 성공이란 목표는 하나였다. 국내 IT대기업을 다니다 구두수선 O2O업체인 ‘왓슈’에 합류한 최재우 씨는 “예전 직장의 단체 카톡방을 보면서 잘한 결정일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현재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O2O 세탁서비스업체를 운영하는 이광훈 백의민족 대표는 종종 모임에 참석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간다. 이 대표는 “고민거리를 나누고, 해결방안을 찾는 통로로 이 모임을 활용한다”라며 “사업이 커지면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창업자들의 모임을 만들어 서로간의 정보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창업 지원을 통한 스타트업 부흥’이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되면서 최근 창업 열풍이 불고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창업지원에 3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등록된 국내 스타트업 업체 수는 3000여개이며, 올해 매달 평균 3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모임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정부 주도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 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이 늘면서, 창업자금 마련이 이전보다 쉬워졌다는 평가다. 한국벤처투자와 산업은행을 통한 창업지원 펀드,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의 지원을 받는 업체가 늘고 있단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창업의 문턱은 높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모임에 참가한 한 참석자는 “정부에서 자금지원만 받고 창업에 실패한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자금지원만 있지 실제 창업 과정에서 맞부딪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조언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는 현재 스타트업 업체들이 직면하는 문제점에 대해 토로했다. 이 이사는 “창업 초기 단계에는 정부 지원이 풍부하다 보니 새로운 업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후 매출 확대를 위해 자금 투입이 필요한 시기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중소기업에 머무르거나 사업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많다”라며 “창업 이후에도 이들이 자금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통로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을 주최하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은 지속해서 이 모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금은 모여드는데, 실제 창업자들이 서로 간 아이디어를 나누고 교류할 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은 테헤란로 커피클럽이 유일하다.

      임 대표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다들 어려워한다”라며 “이런 모임이 스타트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