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성 빅딜, 신동빈 회장 '존재감-역할론' 재부각
입력 2015.10.30 11:56|수정 2015.10.30 11:56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과 오너대 오너 직거래
    케미칼 및 그룹 포트폴리오 확대 표면적 효과
    그룹 미래 먹거리 확대…정부차원서도 달가운 구조조정
    • 롯데그룹이 3조원 규모의 삼성그룹 화학사업을 인수하는 빅딜(Big Deal)을 단행했다. 이번 딜을 통해 롯데케미칼의 수직계열화 강화 및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더 나아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딜이 가지는 함의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소송 상황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줬다는 것. 이번 거래로 세계 최대기업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과의 '직거래'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이뤄낼수 있음을 단 번에 증명했다.

      ◇ 케미칼 수직계열화 강화…그룹 포트폴리오도 균형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온 롯데그룹 화학사업이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지분 31.5%(삼성BP화학 지분 49% 포함),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90%를 각각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인수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수직계열화 강화, 그에 따른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의 기회를 잡았다. 롯데케미칼의 매출 90% 이상이 에틸렌 등으로 만드는 범용 석유 화학제품이다. 후발 주자도 설비만 갖추면 쉽게 따라올 수 있어 중국 업체 등으로부터 추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녀, 이번 계약으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룹 입장에서도 제조업 비중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롯데의 주력인 유통사업은 국내 소비 침체로 인해 최근 몇 년 새 성장세가 꺾였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규모가 커진 화학 사업이 이를 뒷받침 해주면서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도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 "적절한 타이밍"…신동빈 회장 역할론 부각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신동빈 회장에게로 쏠리고 있다. 형(兄)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회장이 이번 딜의 성사를 통해 역할론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이번 딜은 신동빈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주도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신 회장과 화학사업을 정리하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부합했다. 오너들의 결단이 가장 중요한 빅딜이었다.

      이 딜로 삼성SDI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10%는 삼성SDI가 계속 보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신 회장은 이 딜로 롯데케미칼과 그룹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삼성그룹과의 파트너십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도 얻게 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딜이 달가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업황 부진 산업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와 삼성이 자발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화학산업에 대한 정부 부담을 다소 덜어줄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보니 진입 장벽이 높으면서 동시에 탈출도 어렵다”며 “롯데와 삼성이 알아서 사업 정리를 해 줌으로써 조선, 해운 등 다른 산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권 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나빠졌는데 이번 빅딜이 분위기를 바꾸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의 면세점 수정은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에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다.

      어쨌거나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한 발 더 나갈 수 있는 선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외형 성장을 주도해 온 신 회장이 적절한 시기에 다시 한번 카드를 꺼냈다”며 “세간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라면 이 딜을 추진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신동빈 회장의 역할론이 충분히 부각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