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씨앤앰 대신 CJ헬로비전 인수한다
입력 2015.10.30 18:17|수정 2015.10.30 19:25
    씨앤앰 아닌 CJ헬로비전 선택…인수후 합병 추진
    수도권 외 사업권역 넓고 CJ그룹과 콘텐츠 제휴 등 매력 높아
    MBK, 유력 후보 두 곳 잃으며 투자회수 미궁 속으로
    • SK텔레콤이 국내 1위 케이블TV 사업자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선다. SK텔레콤의 '100조 기업가치' 목표달성뿐 아니라 그룹의 성장 정체의 해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씨앤앰의 유력 후보 두 곳이 떠나며 MBK파트너스의 투자회수는 요원해졌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케이블TV 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준비 중이다. 양측은 그간 물밑 논의을 진행해왔고 최근 CJ그룹이 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며 협상에 탄력을 받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거래 구조에 대한 윤곽이 그려질 전망이다.

      ◇ 성장여력 필요한 SK, 씨앤앰 아닌 CJ헬로비전으로

      SK텔레콤은 IPTV사업자지만 케이블 산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방송 전송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케이블TV 인수로 고객 유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유무선결합서비스 강화로 시장 지배력과 프로그램공급자에 대한 콘텐츠 구매력도 확보 가능하다.

      실제 SK텔레콤은 씨앤앰의 강력한 인수 후보였다. 씨앤앰은 가입자수 기준 국내 3위에 머물지만 노른자위 권역인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됐다. 현대HCN도 SK텔레콤의 투자 검토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2조원대의 가격은 SK텔레콤이 수용하기 어려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로 조단위 거래를 밀어 붙이기에도 시점상 맞지 않았다.

    • 결국 CJ헬로비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최태원 회장이 현장에 복귀했고 그룹 성장 여력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은 커졌다. SK텔레콤이 올해 선언한 '기업가치 100조' 목표 달성을 위해 남겨진 시간도 두 달뿐이다. 그 동안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 기업가치 올리기에 무게를 실어야 하는 시기라는 평가다.

      CJ그룹도 코웨이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을 고민하던 찰나였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 속에도 그룹 계열사들은 각 분야에서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CJ헬로비전은 조용했다. 문화사업 계열사에 10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CJ E&M와 CJ CGV에 쏠리는 경향이 짙었다. 일각에서는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업권역·콘텐츠 제휴 등 투자매력 多…후보 떠난 MBK만 난감

      CJ헬로비전은 씨앤앰보다 더 나은 매물이라는 평가다.

      우선 인수 부담이 덜하다. CJ헬로비전의 최근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8200억원가량이다. 최소 2조원을 들여야 하는 씨앤앰보다 거래 규모가 적다. 게다가 가입자수 기준으로 CJ헬로비전은 국내 1위 업체다.

      CJ헬로비전의 사업권역이 수도권 밖 지방으로 넓게 퍼져있다. 이는 SK텔레콤이 전국적으로 가입자를 늘릴 기회다. 케이블TV는 3년 이상 장기계약이 많아 가입자 손실 가능성도 낮다. 반면 씨앤앰의 고객 기반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에게는 오히려 매력 저하 요인으로 다가왔다.

    • CJ그룹과 콘텐츠 제휴까지 감안하면 인수 효과는 배가된다. CJ그룹은 최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CJ E&M과 홈쇼핑업체인 CJ오쇼핑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양사가 콘텐츠 제공에 대한 업무 협약을 맺으면 IPTV와 케이블TV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알뜰폰(MVNO) 시장 입지도 견고해진다. SK텔링크와 CJ헬로비전은 국내 알뜰폰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지만 M&A 이후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게 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합병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포괄적 주식교환 형태로 CJ헬로비전 주식을 매입하는 대신 CJ헬로비전 주주에 SK텔레콤의 신주를 교부하는 식이다. 이후 CJ헬로비전이 상장폐지 되면 합병 작업을 완료하게 된다. 올해 초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자회사로 만든 것과 동일한 방법이다.

      SK가 CJ헬로비전으로 돌아서며 MBK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두 곳의 후보를 한꺼번에 잃게 된 까닭이다. CJ그룹의 코웨이 인수 의지가 명확해진 반면 MBK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매각 건인 씨앤앰 거래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