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신세계·두산의 면세점 '四色' 출사표
입력 2015.11.03 07:00|수정 2015.11.03 07:00
    11월초 결과 발표예정…"결과 예측 어렵다"
    •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선정 업체 발표를 앞두고 업체 간 막바지 공약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SK·신세계는 사회공헌·상생을 위해 수천억원대 자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이 ‘동대문 미래창조단’ 출범식에 직접 참석, 면세점 사업의 의지를 드러냈다. 시장은 업체별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올해 말까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등 총 세 곳의 서울 시내면세점의 특허권이 종료된다. 11월초 특허심사위원회를 거쳐 특허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위 면세점 특허권에 대해 중복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전자’ 입장인 신세계DF·㈜두산은 세 곳 모두에 입찰했다.

    • 롯데·SK·신세계 그룹은 수천억원대 ‘사회공헌&상생계획’을 밝힌 게 공통점이다. 세 그룹이 밝힌 사회환원·투자 규모는 각각 1500억원·2400억원·2700억원 수준이다.

      ◇ 35년간 업력 내세워 수성에 나선 롯데

      롯데면세점은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수성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지난 35년간의 업력·기여도 ▲강남 상권 개발·연계계획 등이 강조됐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롯데는 지난 35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며 “그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인프라·노하우를 활용,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경제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두 곳 중 어느 한 곳의 특허권 수성에 실패하는 경우인 ‘플랜 비(B)'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명동상권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소공점은 특허권 수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로 많다. 하지만 시장·업계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사태로 여론이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월드타워점 수성은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온다. 워커힐면세점과 함께 SK네트웍스가 추가로 특허권 입찰에 참여한 곳도 월드타워점이다.

      롯데면세점은 강남 관광자원·상권개발 등을 내세워 월드타워점 방어에 나섰다. 강남역·가로수길·코엑스몰·석촌호수·올림픽공원 등 강남의 주요 관광 거점을 활성화하기 위한 '강남 문화관광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한 월드타워점은 2016년말까지 약 1만평방미터(㎡) 추가확장을 통해 국내 최대(3만6000㎡) 규모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 당초 계획과 달리 '공격' 나선 SK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수성에 집중하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월드타워점 특허권 경쟁에도 참여했다. ▲워커힐호텔(광진구 소재)·동대문 상권 등 ‘동쪽’이라는 지리적 특징 ▲도심 내 복합리조트 보유 등이 타 업체와의 차별화요소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53년간의 워커힐 호텔 운영·23년간의 면세점 운영 경험을 통해 축적한 사업역량과 SK그룹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결집을 통해 우리나라 관광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워커힐면세점은 업력에 비해 존재감이 부족하고 산업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워커힐 호텔이 중국인들에게 ‘화커산장’으로 불리는 등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도 높다”며 “워커힐과 동대문지역 신규 면세점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동부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리적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관광객 방문률 81%"…도심 상권 이점 강조하는 신세계

      신세계DF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입지로 선정하며 특허권 획득 재도전에 나섰다. 남대문 도심 상권을 면세특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영목 신세계DF 사장은 “지난해 서울 방문 외국인 중 81%인 927만명이 서울 도심 관광지역을 찾았다”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명동과 남대문·남산을 관광 타운으로 묶을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8~14층)과 메사빌딩 2개 건물(3~7층, 10~11층) 등 총 3만3400㎡ 시설을 시내면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신세계DF가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입지·상권과 겹치는 점을 약점으로 꼽는다. 지난 7월 신규특허자로 선정된 신라면세점(용산)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여의도) 사례를 고려할 경우 ‘지역 안배’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신세계 서울 시내면세점은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가 돼 명동에만 머무르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남대문시장으로 유입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두산, 동대문 지역 터줏대감 강조

      두산은 동대문 두산타워를 입지로 선정하고 면세점 도전에 나섰다. 두산타워 쇼핑몰을 16년간 운영하며 동대문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시킨 노하우가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다. 이 재단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지역균형 발전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박용만 회장은 “할아버지인 박승직 두산 창업주 회장이 동대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빛을 잃어가는 동대문의 쇠퇴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면세점 유치를 위한 행동이 아니냐는 질문엔 “면세점 유치를 위한 노력이 계기가 된 것은 맞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두산그룹의 면세업 진출에 대해, 시장·업계는 “다른 입찰 업찰대비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부가 특허권을 부여하는 사업인 만큼 ‘눈에 보이는 경쟁력’ 외에도 다른 정치적 요소들이 선정 결과에 작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추측에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특허권 경쟁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측을 뒤엎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특허권을 따냈다”며 “면세점 특허권 선정은 예측이 힘든 경쟁이 돼버렸다는 게 시장의 공통적인 시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