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 매각 카드 만지작
입력 2015.11.03 07:00|수정 2015.11.03 07:00
    "지분 49% 인수의향 받으며 100% 인수 제안도 함께 접수"
    PEF들 "경영권 확보 안되면, 인수 관심 없다"…DICC 갈등 영향
    두산인프라코어 "49% 매각 계획…경영권 매각 아니다" 고수
    드라이파우더 소진해야하는 PEFvs재무구조개선해야 두산인프라코어
    • 49%? 100%?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공작기계(가칭) 매각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지분 49%만 매각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분 100%, 경영권 매각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종합기계에 관심을 보인 사모펀드(PEF)들이 100% 지분 인수 의향을 밝히고 있고, 두산인프라코어도 경영권프리미엄까지 받아 불어난 차입금을 상환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 지분 매각이 진행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공작기계 사업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알짜 사업부로, 지분 전부를 넘기면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과 채권자들은 반발은 물론이고 노사갈등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중순 국내에서 활동하는  주요 사모펀드(PEF)들로부터 49% 지분 매각에 관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PEF들은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 인수 제안서도 함께 제출했다. 복수의 PEF관계자들은 "두산에 100% 지분 인수 제안을 해도 되겠냐고 하자, 별 다른 거부가 없었으며 대부분의 PEF들은 49%보다는 100% 인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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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두산인프라코어 IR자료,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종합기계 지분 49%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IB업계에서는 지분 100% 매각을 기대하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를 생산하는 공작기계는 자동차, 항공, 정보통신(IT), 에너지 산업의 기반이다. 공작기계 사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884억원, 영업이익은 664억원을 기록했으며 상각전이익(EBITDA)의 규모는 1500억원에서 1800억원 정도로 '알짜' 사업부란 평가다.

      PEF들도 이 같은 이유로 지분 전량 인수를 원하고 있다. 두산공작기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 100% 기준 거래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세계 주요 공작기계 회사의 기업가치(EV)는 상각전이익의 5~7배 내외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저금리로 대출할 곳을 찾고 있는 현재 인수금융 시장 상황과 투자재원(Dry Powder)이 쌓인 PEF들의 상황과 맞물려 투자자들이 선호할만한 투자처로 분류된다. 49%냐 100%냐의 여부를 떠나 두산도 PEF들이 드라이파우더 소진을 위해 투자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PEF들이 지분 100%를 원하는 배경의 한편에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둘러싼 PEF와 두산간의 갈등도 작용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DICC 문제로 두산과의 주요지분 투자에 대한 PEF들의 거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분 100%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외의 전략적투자자들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업체 '현대위아'도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위아의 공작기계 시장점유율은 27.7%, 두산인프라코어는 24.7%(현대위아 반기보고서)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도 국내에 진출한 해외IB와 국내 로펌을 통해 두산종합기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지분 49%를 매각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입장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다”며 지분 100% 매각 추진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와 관련,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PEF나 거래참여를 논의하는 IB들도 두산의 결정 방향에 대해 "49%을 우선하되 100%도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파악하고 있다"며 "두산이 아직 방향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도 ‘100% 매각’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의 경영권을 매각해야 할 만큼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지분 100% 매각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논란도 불거질 우려가 있다. 물적분할에 대해선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지만, 물적분할의 실질이 영업양수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회사의 주요 자산을 물적분할 후 매각은 거래의 실질보다는 형식 요건을 보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연말까지 두산종합기계 지분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입장에서는 이 사안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노조의 반발 가능성도 변수다. 조직 통폐합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진행된 상황에서 알짜 자산 매각이 추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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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두산인프라코어 2014년 실적 IR 자료

      다만 두산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기 위해 전량 매각을 택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상반기말 기준 순차입금은 5조3300억원. 지난해 금용비용으로 3000억원 가량을 지출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500억원에 달했다. 영업으로 번 돈을 금융회사에 반납하는 모양새다.  건설기계와 엔진 부분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란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표명할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의 영업이익률은 4.4%, 엔진은 6.6%였다. 반면 두산공작기계 매출비중은 17.2%(1조3243억원)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68%(1571억원)에 달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49%냐 100%냐를 떠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두산과 원매자들 사이의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크게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공작기계 지분을 매각해 올해 1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에 몽따베르를 1350억원에 매각했고, 밥캣홀딩스 사전 기업공개로 6700억원을 확보했다. 마지막 퍼즐은 두산공작기계 지분 매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