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두 번의 빅딜로 화학사업 정리…다음 행보는
입력 2015.11.03 11:47|수정 2015.11.03 11:52
    조선·건설 부문 사업재편은 시간 걸릴 듯
    전자부문 내에서 사업 조정·금융계열사 역량 강화 가능성 높아
    • 삼성그룹이 두 번의 빅딜(Big Deal)로 화학 사업을 완전히 정리했다. 지난해엔 한화, 올해엔 롯데가 파트너다. 삼성은 다시 한 번 대기업 간 자발적 구조조정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의 다음 행보에 모이고 있다. 예전부터 건설과 조선 부문에서 빅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최근 분위기는 이른 시일 내에 진행되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당분간은 전자 계열 내에서의 사업 조정과 금융사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 삼성의 화학 계열사…실적 부침 심해

      삼성은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삼성 BP화학 지분 포함)을 롯데에 3조원 규모로 매각한다. 이로써 지난해 한화에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매각한 후 남아있던 화학 관련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게 됐다.

      이번에 매각되는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은 삼성SDI가 지난해 구(舊) 제일모직으로부터 사업 양수한 부문이다. 주력 제품은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기초 합성수지와 인조대리석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니 등 글로벌 가전 메이커를 주요 수요처로 두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의 화학 사업 모태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1964년에 세운 한국비료공업이 전신으로 이후 국가에 헌납됐다가, 1994년에 다시 삼성그룹에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력사업은 정밀화학과 전자재료 부문으로 삼성BP화학(지분율 49%)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화학사업은 원재료비 비중이 높아 외부요인에 따라 실적의 부침을 겪었다. 2010년 1300억원였던 삼성SDI의 케미칼부문 영업이익은 2012년 이후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세와 함께 판가 하락이 나타나면서 지난 2013년에는 5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삼성정밀화학은 2013년부터 주력제품의 전방산업 경기 둔화로 영업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토탈 매각 이후 삼성 화학사는 자체 납사크래킹센터(NCC)가 없어, 외부 환경에 더욱 취약해졌다”며 “여수, 대산에 NCC가 있는 롯데캐미칼이 이런 면에선 사업을 영위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두 번의 빅딜로 전자·금융에 집중하는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화학 사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빼기 힘들다. 과거 삼성이 화학 사업을 합작 형태로 많이 진행한 이유도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한번 설비투자가 이뤄지면 철수가 힘들다는 점이 작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발을 들여놓기도 빼기도 힘들다는 화학 사업에서 삼성이 대기업 간 자발적 구조조정이라는 좋은 선례를 남기며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 건설·조선부문 사업재편 보다는 전자부문 내에서 비주력 정리 예상

      이제 시장의 관심은 삼성의 나머지 비주력 부문 정리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 실패 이후 이들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지난달에는 양사 사장이 합병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업계에선 중공업 계열사들의 합병을 비롯한 사업 재편이 이른 시일 내에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당장 자본 확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국가 차원의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와 깊게 연관돼 있어 삼성 스스로 사업 재편을 논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에는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성동조선 위탁경영마저 떠안았다.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전자계열 내에서의 슬림화 작업과 금융 계열사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부터 그룹 내 전자부문 계열사들은 사업부 매각 및 분사를 끊임없이 진행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전자가 도시바와 맺었던 합작사업을 정리했고, 올해 6월에는 삼성전기가 HDD 모터 사업을 매각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소규모 사업 재편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계열사들은 강남으로 사옥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주력인 전자와 금융을 한곳에 모은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이들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화학 계열사 정리로 삼성의 사업재편의 한 문턱을 넘었다”며 “또다시 대규모 빅딜보다는 전자와 금융의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사업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