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린 크라우드펀딩 시장…과제도 산적
입력 2015.11.12 07:00|수정 2015.11.17 14:20
    내년 1월부터 합법화…문의 및 준비 나선 업체 늘어
    지나친 경영부담·주주 간 이해관계 상충 등 우려도
    • 크라우드펀딩 합법화의 첫 빗장이 풀린다. 두 달 후면 열릴 새 자금 통로에 스타트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도한 경영 부담·주주간 분쟁 가능성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온라인상에서 대중을 통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크게 지분 투자형과 기부·보상형 그리고 대출형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국내에선 합법화가 이뤄지지 않아 변형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분투자형에선 사모 형태로 투자의향을 접수해 전달하는 업체인 오픈트레이드, 대출형에선 대부중개업으로 등록해 운영하는 8퍼센트가 대표적이다.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합법화를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부터 시장이 열리게 된다.

      ◇초기 스타트업, 자금 조달·집단지성 활용 '1석 2조'

      합법화와 함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크라우딩펀드 플랫폼기업 와디즈가 공동 주최한 모의투자 대회에는 개최 4일 만에 약 5800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와디즈 관계자는 “최근 한 달에 300~400개 기업이 일종의 교육기관인 ‘크라우딩펀딩 스쿨’에 참여 하는 등 늘어난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 특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가 될 전망이다. 정부 정책자금에 선정되지 못하거나 민간에서 기존 벤처캐피탈(VC)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창업자들은 금융시장에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소액주주에게 투자를 받는 형식이다 보니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것보다 원리금 상환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의 집단 지성을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모의투자에 참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하드웨어 기술기반 업체의 경우 펀딩 참여가 자금 조달방법으로도 의미 있지만 시장에서 기술에 대한 노하우나 창업 경험 많으신 분들을 회사에 참여하게 하는 목적도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정책자금을 연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시장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정부가 동일액을 지원하는 ‘매칭 투자’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 롯데와 SK 등 대기업이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면서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더 확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효성 의문도…경영자 부담 가중·상장 통한 회수 어려움 과제로 

      기대와 더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한 기업당 7억원으로 한정된다. 개인투자자는 한 회사에 최대 200만원, 연간 500만원의 한도로 투자가 제한된다. 금융 소득 종합 과세 대상자는 연간 한도가 2000만원으로 더 넓다. VC를 비롯한 전문 투자자는 예외다. 스스로 투자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 한도를 두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기업들에는 분명 수혜가 있지만 기술 개발하고 추가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금액이 부족하다”며 “좀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기업의 창업자가 감당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소액 주주가 많아지다 보니 경영 사안에 대한 투명성 요구도 함께 커진다는 우려다.

      미국에서 지분투자 크라우딩펀드 참여를 고려하다 철회했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주주총회가 열렸을 때 어떻게 배당 할 것 인가, 공시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주주의 경영 참여가 어디까지 열릴까 등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 산재해 있다”며 “당장 초기 단계 기업을 키워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큰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수(Exit)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코넥스와 코스닥에 상장을 통한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소액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많다 보니 지분 정리 과정에서 경영권과 같은 내부 분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는 “기존 VC나 엔젤투자자들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구주를 미리 매수하는 등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