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금융권의 조선사 일변도 지원…예고된 해운사 경쟁력 약화
입력 2015.11.12 07:00|수정 2015.11.17 14:23
    ③정부 조선·해운 '동반성장' 효과 간과
    조선사 10조 지원하는 동안 선사지원은 약화
    산업별 지휘체계도 따로따로
    금융권엔 선박금융 전문가 없어
    • [편집자주] 구조조정의 파도가 조선업계를 넘어 이제 해운업계로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급조되고 실효성 논란이 큰 설익은 정책들만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늑장대처, 낮은 업종 이해도, 방향성 상실과 미숙함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해운업계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점, 적절한 대처 방안에 대해 진단한다.

    •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이 약화한 데는 정부와 금융권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금융권은 '세계 1위' 조선업계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았다. 반면 해운사는 관심에서 밀려나 차입금 상환마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조선 일변도의 지원으로 국내 선사들의 심각한 경쟁력 약화는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 해운업 수출 효과 조선업과 비슷한데…조선사에만 10조 넘게 지원

      관심은 조선업계에 집중됐다. 정치권은 제조업체로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표심의 향방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투자 심리 역시 서비스업(해운업) 보다는 제조업(조선업), 그리고 '조선업 세계 1위'라는 타이틀에 쏠려있었다.

      정부·금융권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에 투입한 지원금 규모는 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성동조선·SPP조선 4곳만 합해도 10조원을 넘어선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한진해운 등 선사들에 들어간 지원금은 불과 1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운사들은 업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받아 선대(선박, 항구 등 시설)를 유지, 호황과 불황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조선사 일변도의 지원 정책을 쓰는 사이 해운사들은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해운업의 수출 효과도 과소평가됐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운업계가 벌어들인 외화획득액은 346억달러(약 40조원)다. 반도체(630억달러)·석유제품(515억달러)·철강제품(471억달러)·자동차(446억달러)·선박(382억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다.

    • 정부가 발 벗고 나선 해운업계 지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중고선박 매입과 회사채 신속인수제(차환지원) 정도다. 그마저도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캠코를 통해 조성될 선박펀드 규모가 1조원에서 반 토막이 났다. 부활한 정부의 회사채 차환지원은 이자가 10%까지 치솟았다. 선사들은 오히려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낫다는 토로를 할 정도다.

      기대를 모았던 해양보증기구(5500억원 규모)는 명확한 이유 없이 '해양보증보험'이라는 보험회사로 변형돼 출범했다. 올해 해양보증보험이 발행하는 보증보험증권을 통해 선박을 발주한 선사는 4곳에 불과하다. 모두 중견·중소선사였다.

      ◇ 조선·해운 컨트롤 타워 '따로따로'…선박금융 전문가 없어

      조선·해운의 동반성장이 더뎌진 데에는 이원화된 컨트롤타워도 한 몫 했다는 목소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운업은 해양수산부 담당이다 보니 정책 입안부터 손발이 맞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본은 국토교통성에서 조선과 해운업을 함께 관할한다. 국토교통성이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민간분야의 선박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기에 일본 조선사들은 국내 조선사에 뒤처졌다. 그러나 현재는 자국 선사가 자국 조선사에 발주하는 조선-해운업 간의 선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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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선박금융원론

      정부의 지휘체계가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에도 조선·해운 전문가가 없다보니 선박금융을 주도할 곳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선박은행'을 통해 선사들에 통 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중국계 은행들은 선박임대 부서 및 자회사를 신설하여 선박을 직접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금융권은 당장의 선사 상환능력을 포함한 신용도를 고려해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선사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다보니 금융권이 추후에 지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단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운사 스스로가 살아나는 추세를 보면서 지원금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운업계는 "대형 선사들이 당장 내년, 내후년에도 힘겹게 버텨야 하는데 선사들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는 계기가 생겨야지만 정부가 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