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마저 구조조정 박차…할 말 잃은 해운사들
입력 2015.11.13 07:00|수정 2015.11.13 07:00
    • "조선 '빅3' 10조 적자의 최대 피해자는 해운사다. 선박 과잉공급으로 해운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조선사 설비 과잉이 심각하다는 건 조선업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도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까지 생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 조원 지원을 이해하기 어렵다"

      겨우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해운사들은 조선사 지원 일변도인 정부 정책에 더 지친 기색이다. 정부는 "해운업황이 살아나는 것이 뚜렷하게 눈에 보이면 지원금을 늘려주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수출입은행이 주요 대형 조선사에 지원한 여신잔액은 19조5000억원(8월말 기준)에 달했다. 성과가 없는데도 신규자금을 지원받은 조선사도 있었다. 해운사에 대한 유일한 지원책이었던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내년부턴 지원 범위가 제한된다. 기존에 차환지원을 받았던 물량에 한해서 지원된다.

      올해 해양보증보험이 출범했다. 정부 자본금은 올해 목표치인 1000억원 중 746억원이 힘겹게 모였다. 정부 지원이 속도를 못 내자 선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자본금을 출자하고 있다. 업계엔 "정부의 해운업 지원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건지, 변죽만 울리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한 때 유럽 금융권이 모두 거부한 머스크의 대형선박 발주를 지원해 준 적이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업 지원이 일자리 때문에 불가피하다"면서도 "조선과 해운업을 놓고 파급효과를 잘 조절해야하는데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덴마크 머스크의 구조조정 소식은 선사들의 힘을 더 빠지게 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당초 계획했던 대형선박 발주를 취소하고 인력 구조조정에도 들어갔다. 머스크의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전 세계 해운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구조조정 결정은 해운업이 최대 30%의 공급과잉을 겪으면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외신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운송단가는 선사들이 연료비를 겨우 낼 수 있는 수준인 40피트 컨테이너당 1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해운사들이 장기 손익분기점으로 꼽는 1300달러보다 크게 낮다. 중국의 성장둔화와 유럽경제의 부진 때문이다.

      운임 하락은 연말 연휴시즌을 앞두고 화물량이 많은 3분기에 바닥을 찍고 있어 한층 충격적이다. 올해 화물수요 증가률은 2009년 이후 최저수준인 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해운업계에서도 "운임 하락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 정부는 취약업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정부가 다음에 어떤 해운 정책을 들고 나올 지 민감하다. 정부가 국내 해운사들이 이대로 도산하게 두진 않을 것이다. 국내 선사가 있어야 해외 선사들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각 선사들의 전략 방향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