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진출 두산, 얻은 건 ‘신인도’라는 무형자산
입력 2015.11.18 07:00|수정 2015.11.18 07:00
    20년만에 소비재사업…중공업 일변도 수직계열화 '일시정지'
    당장 시너지보단 그룹 이미지 회복 기대감 더 커
    • 말 많고 탈 많았던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끝났다. 화제의 중심에는 '두산'이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열세’라는 세간의 우려를 깨고 동대문 면세점 시대를 열었다. 이로서 두산은 중공업 중심의 수직계열화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또 96년 한국네슬레 매각을 기점으로 소비재산업 정리를 선언한지 20년만에 B2C 사업으로 복귀했다.

      무엇보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보이지 않는 자산'을 확보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룹 내부에 과제가 산적해 있으나 이에 필요한 시간과 여유, 그리고 대외신인도 등 큰 수확을 얻었다는 의미다.

      당초 두산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추진한 배경은 주력사업 부진이었다.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이 영업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룹의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의 계열지원 부담도 확대됐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두산 주력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시장성 자금조달의 문이 좁아졌고, 이에 그룹은 계열사 및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당장의 위기를 피하고자 두산공작기계 같은 알짜회사까지 매각하는 것이 맞냐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때 두산이 꺼내든 또 다른 카드가 '면세점'이었다.

      사실 따져보면 이런저런 청사진에도 불구, 면세점이 단기간 내 두산그룹의 ‘오아시스’가 되기는 쉽지 않다. 실효성은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면세점 특성상 초기에 시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두산은 두산타워가 있어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업기간 5년 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것도 어렵다. 5년 뒤 사업권 유지를 위해 다시 소모전을 준비해야 한다. 면세점이 당장 두산그룹 유동성 확충에 도움이 되기 보단,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브랜드 소싱 및 확보 능력, 재고 운영 능력도 중요하다. 유통경험이 적다는 점은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두산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 두산은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된 시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면세점으로 확보된 ‘신인도’가 부진한 주력사업에 대한 활로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산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으로 당장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무형자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선정이 당장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기 보다는 중공업 부문 재편과 관련해 보다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정도”라며 “부실 사업부를 정리하는 명분으로 면세점 사업 확대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캐시카우가 확보되는 안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두산, 오리콤 등 몇몇 개별 기업이 수혜를 받아 그룹 차원의 시너지는 찾기 어렵지만, 그룹 전반의 이미지가 개선되는 점은 무형자산으로써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두산그룹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영업일 기준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하루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자료 외에 사업 부문의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유통사업 진출과 관련해서도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