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산설비도 안심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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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가 험난한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발주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힘겹게 공정을 마무리한 해양설비들의 인도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남아있는 해양설비들도 걱정이다. 대형 조선사들이 진행해보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상당수다.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은 대부분 조선사들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계약해지를 당한 해양설비는 총 4기다. 규모로는 2조66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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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유전을 뚫는 시추설비였다. 해양설비는 시추설비와 석유를 끌어올려 저장하는 생산설비로 구분된다. 조선 빅3는 2006년~2007년에 시추설비를, 2010년~2013년에 생산설비를 집중적으로 수주했다.
발주처인 해양 시추업체들은 유가급락을 이기지 못하고 잇따라 시추설비 계약을 해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추업체들이 유가상승 지속을 예상해, 용선계약도 없이 잡아놓은 설비의 인도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작업해야 할 시추설비들도 초비상이다. 조선 빅3의 시추설비 잔여기수는 25기에 이른다. 이 중엔 용선계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투기성 발주가 절반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미 삼성중공업의 잔여 시추설비(10기) 중 올해 넘기기로 했던 6기의 인도일이 지연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송가프로젝트(반잠수식 시추선) 중 상당수도 인도일정이 불확실하다.
해양생산설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조선 대형 3사의 생산설비 잔여기수는 총 45기에 이른다. 생산설비의 인도취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긴 하다. 대금결제 구조가 시추설비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시추설비가 헤비테일(Heavy-tail) 결제방식이라면 생산설비는 공정률에 따라 대금이 지급된다. 생산설비 대부분이 장기 생산계획이 확정돼 있어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생산설비는 시추설비보다 추가로 원가가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규모가 큰 장기 프로젝트라 정형화·표준화 작업이 쉽지 않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생산설비는 설계변경 리스크가 크고 주문변경(Change Order)을 통한 추가 공사대금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호주 이치스(Ichthys)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중공업은 27억달러 규모의 해양가스처리설비(CPF)를, 대우조선해양은 19억달러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턴키(turnkey) 방식으로 수주했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총 3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금융을 제공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에 이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조선사들은 "생산설비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계약을 취소하기가 애매하다"며 "시추설비처럼 인도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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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1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