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에 ‘명운’ 달렸다
입력 2015.11.24 07:00|수정 2015.11.25 16:15
    전장부품, 스마트폰 부진 속 주력 사업으로 떠올라
    日 무라타, TDK 대비 기술력 뒤떨어져
    삼성전기 “3~5년 후에는 성과 나올 것”
    • 삼성전기의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올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룹 내에서 존재감 확보 및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선두권 업체와 기술격차, 캡티브 마켓(전속시장)의 부재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넘어야 할 벽도 높다.

    • 삼성전기 영업이익 추이

      삼성전기는 그간 삼성전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로 실적 부침을 심하게 겪었다. 삼성 스마트폰이 잘나가던 2012년에는 영업이익이 5800억원에 이르기도 했지만, 성장세가 꺾인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이 급감했다.

      이는 경쟁사인 LG이노텍과 비교된다. LG전자의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 및 제품군 다양화를 시도한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일변도를 탈피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 스마트폰 실적 부진에도 31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차량용 부품 사업은 수주잔고가 늘면서 2013년 4485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5325억원으로 19% 신장했다.

      삼성전기가 이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차량용 전장부품이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를 마치고, 올해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제 걸음마를 막 뗐지만 주력 사업으로 중요도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기가 단순히 전자부문 부품 계열사를 넘어,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분야 주력 계열사로 변모할지 여부와도 맞닿아있다. 삼성그룹 내에서 회사의 존재감 확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전기차 분야는 삼성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거론된다. 그러나 삼성은 LG그룹과 달리 전기차 분야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숙제로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기가 타 계열사와 합병을 통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이전부터 거론됐다.

      한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기와 삼성SDI와 합병 가능성이 시장에서 언급되는데, 합병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기가 전기차 분야의 주력 계열사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홍콩에서 열린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도 차량용 전장부품의 중요도가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기가 밝힌 내년 키워드는 자동차, 중국, 삼성페이였다. 이 중 가장 관심이 컸던 분야가 차량용 전장부품이다. 삼성전기는 2016년까지 자동차의 동력전달계나 전자제어장치에 순간적으로 큰 전류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차량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시작으로 매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액에서 차량용 MLCC의 매출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5%까지 키우겠다는 것이다.

    • 삼성전기 차랴용 전장부품

      일단 전망은 밝다. 현재 삼성전기가 영위하는 차량용 전장부품 핵심사업은 차량용 MLCC다. 스마트폰에도 들어가는 MLCC는 차량용의 경우 스마트폰용 대비 3배 이상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전장부품 업체들의 MLCC 수주금액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2016년부터 차량용 카메라 모듈 납품이 개시되면 전장부품 매출액이 2000억원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기 전체 매출액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풀어야 과제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기가 이 분야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지 미지수다. 선두업체인 일본의 무라타와 TDK가 이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TDK의 경우 회사 매출액의 50%를 무라타는 25%가 차량용 MLCC에서,발생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재 기술력에서 일본이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삼성전기가 이들과의 기술력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의 캡티브 마켓이 없다는 점도 사업 확장의 어려움으로 지목된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수요처가 존재한다. 이에 반해 차량용 전장부품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국내 및 해외 수요처가 없다. 한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차량용 전장부품 관련해서 독일의 보쉬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삼성전기는 “기존 IT 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부품 분야에서도 3~5년 후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부품 업체들과 공급선 확대를 위해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